‘철근 누락’ 업체가 설계한 아파트 더 있다

윤지원 기자 2023. 8. 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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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곳이 LH 사업 23% 124건 수주
입주 완료·모집 대단지들도 포함

‘철근 누락’ 아파트 설계사 14곳이 2015~202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 124건을 무더기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식 지하주차장만 조사했는데 다른 현장에서도 광범위한 설계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철근 누락이 확인된 아파트 설계업체들 가운데 14곳이 2015~2020년 따낸 LH 사업은 124건에 이른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자체 정리한 전체 LH 공모사업 536건 중 23%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13곳은 전관업체로 사실상 소수 전관업체가 같은 기간 LH 사업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수주 내용을 살펴보면 대단지 아파트 설계가 다수 포함됐다. A건축사사무소가 2015년 수주한 김포 1134가구 아파트 사업은 입주가 이미 완료됐다. A사무소는 국토부 전수조사에서 필요 전단보강근을 설계에 넣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업체다. 다른 설계 오류 업체인 B사무소가 따낸 성남 주상복합 5개동 사업은 1136가구 규모로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부실 설계 업체들이 맡은 사업은 건수나 규모 면에서 크고 다양하지만 지난 5~7월 진행된 국토부 전수조사에서는 대부분 빠졌다. 조사 대상을 무량판 구조로 된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 단지 91곳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전관 설계업체가 같은 기간 여러 사업을 동시에 맡으면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C사무소는 국토부 조사에서 822가구 충남 아파트 단지의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시를 빠뜨리는 실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누락’ 설계 더 있다

이 사무소는 2019년 같은 달 이틀 간격으로 부산과 충남에서 진행되는 LH 사업을 동시에 따냈다. 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도면 검토가 느슨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한 설계사는 “구조사무실과 설계업체가 도면을 확인해서 납품하기 때문에 전단보강근이 빠져 있으면 물어보면서 체크할 수 있다”면서 “이번 문제는 설계자가 구조기술사를 믿고 그대로 가면서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행적인 재하청도 부실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설계와 관련된 자격증이 없는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 검단 사업의 설계업체도 무자격 업체에 도면 작업을 재하청 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업체들이 일이 넘치면 구조해석이나 도면 그리는 일을 아웃소싱하고 기술사는 도장만 찍는 일이 흔하다”며 “원래는 건축사무소가 다 해야 하지만 이윤 추구 때문에 인력을 그만큼 고용해놓지 않고 필요할 때 하청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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