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당에서 열사병으로 숨져…'폭염 야외'보다 더 위험한 그곳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대응 수위를 올려 사상 처음으로 중대본 비상근무 2단계를 가동했습니다. 이런 살인적 더위가 길어지면, 야외보다 더 위험해지는 실내가 있습니다. 바로 낡고 오래된 집입니다. 열기를 품고 환기도 잘되지 않아서인데, 실제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지난 2018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장소는 다름 아닌 '집 안'이었습니다. 더위는 공평하지 않은 거죠.
정진명 기자입니다.
[기자]
'ㅁ'자로 사방이 꽉 막혀 있습니다.
그 사이 좁은 마당에서 어제(2일) 오후 67살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체온은 41.5도, 열사병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아침이나 점심이나 항상 폐지 끌고 오신… 날도 더워서 그러셨다니까.]
소음과 시선을 피하려 창에 덧댄 은박지.
바람은 막고 열기는 가둔 집에서 달궈진 몸을 충분히 식히기 어려웠습니다.
올해 집에서 숨진 두 번째 온열질환 사망자입니다.
폭염 일수가 길어질수록 실내 위험도도 높아집니다.
최근 10년 가장 더웠던 2018년, 48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는데 가장 희생이 많았던 곳은 집 안이었습니다.
특징이 있었습니다.
환기 안 되고 열기가 빠지지 않는 오래된 집에 사는 경우가 많았고,
[최희혁/강원 춘천시 서면 : 창문도 옛날 집인데, 이리로 비가 오면 들이치고 해서 비닐로 가리고 그래서 열어놓지도 못하고.]
고령자거나 장애인이라 혼자 거동하기 불편했습니다.
[최희혁/강원 춘천시 서면 : 갑갑해서 덥고 그러니까 아주 죽겠어요. 혼자 있으니까 어떤 때는 더 해요.]
쪽방촌 주민들은 '한낮에 실내에 머물라'는 지침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고 있습니다.
[쪽방촌 주민 : 밖이 더 낫죠. 공기가 낫고. 바람 불고 나면 공기가 얼마나 좋은데.]
다닥다닥 붙은 구조 때문에 더 덥고 더 위험합니다.
[쪽방촌 주민 : 창문 없는 데가 많아요. 방이. 그래서 고독사들이 많이 나오죠. 이제 7월, 8월 되면 한 달에 두세 명씩 돌아가시니까.]
무작정 실내로 들어가라고 할 게 아니라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 맞춤 대책이 필요합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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