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 ‘날림 점검’ 우려…293곳을 두달 내 조사 가능할까

최하얀 2023. 8. 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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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빠진 아파트]무량판 기둥 일부 샘플조사 추진
조사인력 규모도 아직 못 추려
LH 91곳 조사에도 꼬박 석달 걸려
국토부 “9월말 목표시한 넘길 수도”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3일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9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대상 아파트의 모든 무량판 기둥이 아닌 일부 기둥을 ‘샘플’로 선정한 뒤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91개 단지 조사에 꼬박 석달이 걸렸던 것에 견주면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기간은 워낙에 짧아 ‘부실·날림 점검’ 우려가 나온다. 또 2013년 이전에 착공된 공공아파트에도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정부는 이번 부실 공사 사태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몰아세운 바 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다음주에 즉시 착수해 9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293곳 중 시공 중인 105곳은 이미 지정되어 있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긴급 안전점검이 이뤄진다. 준공이 완료된 188곳에 대해서는 입주자들과 협의를 거쳐서 단지별로 민간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선정하고 점검을 진행한다. 이때 점검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한다.

293곳 가운데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 적용이 확인된 단지는 총 105곳이다. 이 가운데 74곳은 주거동에만 전부 또는 일부 무량판 구조가 적용돼 있고, 31곳은 주거동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동에 적용된 경우 대체로 내림벽이 있는 전통적 벽식 구조에 일부 기둥에만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혼합 방식으로 파악된다”며 “혼합 방식인 경우 무량판 구조로만 만들어진 건물보다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당장 이달 둘째주부터 안전진단 전문업체들을 조사에 투입한단 계획이다. 하지만 필요 업체 수나 인력 규모조차 산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부터 단지별 상황을 살펴본 뒤 필요한 조사 인력 규모를 정하고, 관련 협회를 통해 조사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 장비와 인력을 갖춘 업체를 추천받아 곧장 조사에 투입한단 계획이다. 신속한 점검을 위해 경쟁입찰을 통한 역량 평가를 포기하고, 업체 규모 등을 고려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전관 특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오진 1차관은 “다른 무엇보다 국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니, 책임 있게 그런 일(전관 업체 조사 투입)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준공 단지 주거동(59곳)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조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구 내부 점검을 할 경우 페인트와 벽지를 제거해야 해 입주민과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입주자와 가구 내 조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일이 지체된다면 9월 말까지 조사 완료 계획이 변경될 여지가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이날 국토부는 언론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엘에이치 아파트 중에서도 2013년 이전 착공 아파트인 경우,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한준 엘에이치 사장은 전날에도 “엘에이치 아파트에는 무량판 구조가 주차장에서만 적용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국토부는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식이 적용된 엘에이치 아파트에 대해서도 철근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정밀안전점검을 이미 한두 차례 거친 아파트들인 터라 조사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이전 무량판 구조 아파트는 조사 범위에서 배제해놓고, 사태 배경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이권 카르텔’로 몰아갔던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9월까지 전수조사를 마친 뒤, 보수·보강이 필요한 경우 후속 조처를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시공사, 감리 등의 책임 위반이 발견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영업정지나 벌칙 부과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10월 중 전수조사 결과와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 원인 등을 종합해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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