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국토부 양평고속도 노선 반박…“주민 반발 더 클 것”

이승욱 2023. 8. 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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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두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특혜 의혹, 주민 반대, 노선 연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변경안을 납득할 수 없다며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국민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며 국민을 협박했다”고도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경기도와 국토부의 충돌이 재점화한 모양새다.

김 지사는 3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투명하고 특혜 의혹이 있는 결과를 누가 수용하겠느냐”며 “불필요한 논쟁과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고, 수도권 교통난 해소라는 애초 목적에 부합하도록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원안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국토부 대안 노선(강상면)의 문제점으로 국토부 논리와 달리 노선이 바뀌면 주민 반대 민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공개한 지난해 9월, 11월, 12월 노선 검토 자료, 중간보고 자료, 사업 현황 자료 등을 보면, 예타를 통과한 원안(양서면 종점)은 전원주택, 펜션 등을 많이 통과해 (반대) 민원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양서면 종점에는 대아마을 등 4개 집단거주지가 있으며 거주 인원은 1744가구, 3651명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국토부 기준(고속도로 인접 1㎞)에 따라 바뀐 노선의 인접 마을을 추산했더니 모두 10개 마을로, 거주 가구와 인원은 각각 8525가구, 1만8073명이었다. 원안보다 약 5배 많은 숫자다.

고속도로가 마을을 통과하거나 인접할 경우 소음 발생이나 마을 분리에 따른 주민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국토부와 양평군은 그동안 나들목 설치를 요구하는 주민 요구, 즉 찬성 민원만을 근거로 노선 변경의 타당성을 주장해왔다. 동전의 양면 격인 반발 민원 가능성이 훨씬 큰데도 이에 대한 고려나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대안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간 연계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원안의 경우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고려’라는 문구가 적혀 있지만 대안 노선은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미고려’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김 지사는 “원안은 서울-양양 고속도로와의 연결 가능성이 큰 반면, 변경안은 매우 어렵다”며 “(공개자료에 있는)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고려’, ‘미고려’가 어떤 의미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타당성 연구 용역을 준비하겠다고도 밝혔다.

예타 뒤 시·종점이 변경된 고속도로 사업이 14건이라며 ‘이례적이지 않다’는 국토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토부가 제시한 14건 중 2건은 아예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고, 나머지 12건 중 11건은 2012년 이전 사업”이라고 했다. 이어 “2012년 생긴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뒤 노선의 3분의 1 이상이 변경될 경우 기재부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그 후로는 어렵게 통과시킨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해야 할 가능성 때문에 노선을 함부로 변경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2년 이후 종점이 변경된 사례는 노선이 5%만 변경된 ‘계양-강화 고속도로’ 단 한건이다.

반면 국토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어 “경기도가 노선이 관통하지 않고 우회하는 마을이나 노선과 직접 관계가 없는 마을까지 (민원 우려 마을로) 포함해 부정확할 뿐 아니라, 추후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직접 연결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12일에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지난해 7월 진행한 사업 추진 관련 1차 협의에서 경기도만 이례적으로 제외했다며 노선 변경 과정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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