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사건 13일만에 또 '묻지마 칼부림'
14명 부상 … 현장서 범인 검거
지난달 21일 신림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3일 만에 또다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뚜렷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적대감을 표출하는 이른바 '묻지 마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배달업에 종사하는 20대 초반 남성인 범인은 차량을 타고 인도에 있는 행인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 충격으로 부상자 5명이 발생했다.
이후 칼을 들고 분당 서현역 AK플라자에 침입해 실내를 활보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무참히 찔렀다. 이 과정에서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총 14명으로, 이들은 현재 서울대병원과 차병원 등으로 후송됐다.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찌를 사람 더 없자 다른 층으로 … 지옥이 된 쇼핑몰
5명 차 치이고, 9명 칼에 찔려
검거된 피의자 피해망상 호소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공포 그 자체였다. 40대 직장인 문 모씨는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처음에는 연예인이 온 줄 알았는데 바닥에 피를 흘리는 남성이 있었고 한 여성이 의식을 잃은 채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있었다"며 "어떤 남성이 1층에서 행인과 직원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다니다가 찌를 사람이 없자 2층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박 모씨(17)는 "갑자기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고, 몰려 있어서 너무 무서웠다"며 "평소에도 자주 다니는 곳인데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59분쯤 '남성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 오후 6시 5분쯤 피의자 1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붙잡은 피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의 경위와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 또한 범인이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고 있어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폭력 성향을 가진 일부 사회불만자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백 모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일상 속에서 큰 두려움을 느낀다"며 "칼부림 등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해야 이러한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 전국 시도청장 영상회의를 열고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한 '신림역 살인 예고 글'에 대해 엄정 수사 방침을 정했다.
경찰청은 이날 "신림역 살인 예고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내 전담대응팀을 구성해 끝까지 추적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는 강력형사까지 투입하고, 검거 뒤에는 구속을 비롯해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신림역 인근 특별방범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부터는 3개 경찰관 기동대도 추가 증원 배치했다.
[권선미 기자 / 박나은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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