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이 공 보세요… 커브 한번 험악하네” 현지도 놀란 새 무기, 36세 투수의 재발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이 메이저리그에서 그렇게 빠르지 않은 구속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정교한 제구력은 물론 ‘플러스, 플러스’ 구종인 체인지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0마일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우타자 몸쪽으로 찔러 넣어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수많은 헛스윙과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냈다. 알고도 제대로 콘택트하지 못하는 이 체인지업은 수년간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 구종 가치를 뽐냈다.
그런데 이런 체인지업 외에도 생각보다 더 쏠쏠한 구종이 있었으니 바로 커브였다. 사실 처음부터 많이 던진 구종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13년 커브 구사 비율이 9.8%에 불과했다. 변화구 중 체인지업(22.7%)은 물론 슬라이더(13.9%)보다도 구사 비율이 적었다. 하지만 타이밍을 뺏는 데는 꽤 좋은 몫을 해냈다.
이런 커브 구사 비율은 완급 조절을 넘어 때로는 결정구로 활용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14년에는 13.4%, 2017년에는 15.7%, 2018년에는 18.2%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부상 전까지 21%를 기록하며 개인 경력에서 최고 수치를 찍었다.
류현진의 커브는 메이저리그 일부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 커브가 아닌, 70마일 전후의 정통 커브에 가깝다. 대신 각이 크다. 상대 타자들은 아무래도 류현진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혹은 커터 쪽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초구나 결정구를 던져야 할 때 느린 커브가 쏙 들어오면 이를 제대로 맞히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커브 헛스윙 비율은 오히려 체인지업보다 더 높은 경향도 발견된다. 류현진이 역대급 활약을 펼쳤던 2019년 커브의 헛스윙 비율은 40%에 이르렀다. 2020년은 32.3%, 2021년은 35%로 체인지업보다 더 높은 헛스윙 비율을 자랑했다. 이제 커브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히 붙은 류현진이다.
이는 팔꿈치 수술 후 메이저리그 복귀전이었던 2일(한국시간) 볼티모어전에서도 잘 드러났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초반 포심의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고,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 밋밋했다. 이를 간파한 류현진과 대니 잰슨 배터리는 2회부터 커브의 비중을 높여가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커브는 그나마 제구가 되고 있었고, 볼티모어 타자들로서는 비교적 낯선 구종이었다.
류현진의 이날 커브 비중은 25%였지만 초구나 결정구에 활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오히려 체인지업(27.5%)보다 더 전면에 나선 양상이었다. 7타수 2안타였고, 헛스윙 비율도 35.7%에 이르렀다.
커브의 낙폭(70)은 오히려 지난해(68)보다 더 좋아졌고, 분당 회전 수는 2608회로 역시 지난해(2530회)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커브가 힘 있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캐나다 ‘스포츠넷’ 중계진 또한 경기 중간중간 류현진의 커브 낙폭이 좋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스포츠넷’ 중계진은 “이 브레이킹볼을 보라. 커브가 아주 잘 떨어졌다. 이 공으로 젊은 타자들을 잘 상대하고 있다”면서 “앞서 웨스트버그를 상대로도 커브를 잘 던졌고, 우리아스도 커브에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고 칭찬했다.
투수 분석 사이트인 ‘피칭 닌자’를 운영하고 있는 롭 프리드먼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류현진의 커브를 영상으로 올리면서 “류현진의 70마일 커브가 험악했다(nasty)”면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
물론 이날은 체인지업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에 커브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이제 류현진은 ‘커브도 언제든지, 잘 던질 수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더 까다로운 선수가 됐다. 패스트볼 및 커터의 구속, 그리고 체인지업의 감각만 조금 더 돌아온다면 충분히 위력적인 레퍼토리를 가진 투수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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