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날아가는거 봤지?”...‘급락 경고’에도 연일 달려드는 개미들
개미들 몰리며 일평균 거래량 전월보다 176배 증가도
“우리와 관련없다” 직접 공지한 업체도
아직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 국내에 실제로 수혜를 입는 기업이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해 투자에 유의하라는 경고 목소리가 높지만 ‘묻지마 베팅’을 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거래일 동안 초전도체 테마주는 평균 2배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3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서남의 주가는 3배 넘게 올랐다. 덕성과 덕성 우선주 주가도 각각 163.3%, 144.1% 급등했다. 모비스와 신성델타테크는 각각 124.9%, 107.8% 올랐고 원익피앤이도 44.7% 상승했다.
거래량 증가는 더 폭발적이다. 서남의 최근 5거래일간 일평균 거래량은 1680만건으로 직전 한 달 평균인 44만건보다 38배 많다. 같은 기간 덕성의 하루 평균 거래량도 879만건으로 176배 급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쏠렸던 수급이 차익 실현 매도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특히 초전도체 테마가 형성되면서 수급이 관련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상장사 사업보고서에 ‘초전도체’라는 단어만 들어있어도 묻지마 매수를 하면서 또 다른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초전도체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초전도체 테마주의 사업 내용을 살펴봐도 초전도체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덕성은 신소재 사업을 추잔히고 있으나 주력 사업은 의류, 가구, IT 소재 등에 사용되는 합성피혁 제조업이다. 덕성의 올해 1분기 합성피혁 부문 매출액은 20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에 달한다.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덕성은 초전도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5년간 초전도체와 관련한 연구개발 실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초전도 코일을 이용한 핵융합 제어장치를 생산해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된 모비스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에서 핵융합 제어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에 그친다.
신성델타테크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을 비상장 자회사로 두고 있어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지만 주력 사업 부문은 초전도체와 거리가 있다. 신성델타테크의 주력 사업인 에어컨·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의 부품 생산과 물류서비스의 1분기 매출은 153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원익피앤이의 경우 발전기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원 공급장치를 제조해 테마주로 묶였지만 지난해 원익피앤이의 매출액 중 전원 공급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대정화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초전도체 관련해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구리 등을 포함한 거래 내역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공지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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