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표로 뺨 때리겠다”…사과하러 온 김은경 사진에 따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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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꼬."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사과를 하기 위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은 자리에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대한노인회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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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민주당의 길]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꼬.”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이렇게 호통을 치며 들고 있던 사진을 손바닥으로 여러차례 내리쳤다.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사과를 하기 위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은 자리에서다. 김 회장이 “천만 노인을 대표해, 뽈때기(볼)를 한대 때리고 해야 노인들 분이 풀릴 텐데,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까 내가 사진이라도 뺨을 한대 때리겠다”고 운을 뗀 뒤, 미리 준비한 김 위원장 사진을 손으로 때린 것이다. “정신 차리고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김 회장의 말에 마주 앉은 김 위원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대한노인회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여명 비례 투표’(남은 수명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 행사한다는 취지)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사태 초기, 당 지도부의 사과 요청에도 움직이지 않던 김 위원장이 여론이 나날이 악화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투표라는 것을 설명하다 보니 (발언이) 생각지 않게 퍼져나갔는데 판단을 못 했던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어설프게 말씀드리고 마음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민주당에서 가끔 막말로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와 저희로서도 당황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하지 않겠다”고 당 차원의 사과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에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이러한 상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게 발언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대한노인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선 김 위원장을 향한 노인회 회원들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김호일 회장은 “정치권이 노인을 등한시해 어려운 지경에 방치해놓고 있는데 투표권 왈가왈부하니까 난리도 아니다. 내년 4월이 선거인데 화근을 일으켜서 되는가. 당을 망치는 위원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관계자는 “이 기회에 사퇴하겠다고 얘기하는 게 우리 노인들한테 가장 속이 시원한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회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전국의 노인분들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는 말씀 드린다)”고 거듭 사과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휴가 중인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들 단지 말뿐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민을 눈속임할 수 있다는 그 오만이 놀랍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휴가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서도 “참으로 기괴한 일은 이재명 대표가 잠수를 탔다는 사실”이라며 “상대방의 작은 티끌에도 징계, 파면, 윤리위 회부, 탄핵을 부르짖던 그 호기로움은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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