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사장 해임까지 꺼낸 ‘방문진·MBC 옥죄기’ 선 넘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이 3일 감사원 소환 조사에 출석했다. 감사원은 MBC의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원 손실 등을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진·MBC와 감사원은 감사원이 방문진을 감사할 수 있는 근거가 타당한지 행정소송 중이다. 부패 행위나 법령 위반이 아님에도, 보수 성향 언론단체가 국민감사를 청구하자 감사원이 경영 부실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는 데 ‘정치감사’ 시비가 불거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의 해임 청문 절차를 시작했다. 4일부터 방문진 검사·감독을 하겠다고 예고한 뒤 불쑥 해임 카드부터 먼저 꺼낸 것이다. 경찰도 안형준 MBC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자료를 방문진에 요청했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방통위 검사·경찰 수사 모두 현재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6명인 방문진 이사회를 친여 우위 구조로 바꾸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는 현재 방통위원 5명 중 3명만 남은 직무대행체제다. 두 명은 23일 임기가 만료되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과도기 정부 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방문진·MBC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권 이사장은 이날 “어떤 위법행위를 해서라도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MBC를 장악해보겠다는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무엇 하나 명쾌하지 않은 절차·사유·속도를 보면, 이 후보자 취임 전 방송장악 예비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그 말도 결코 가볍게 들리진 않는다.
방통위는 윤석년 KBS 이사에 이어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또한 KBS 이사회를 친여 구조로 바꾸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3일 방통위 조치가 적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7개월간 이어진 감사원의 KBS 감사가 지난 5월 “중대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끝난 걸 ‘맹탕·표적’ 감사였다고 상기시킨 것이다.
정부의 방문진·KBS 공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 입맛에 맞게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시도로 비친다. 과거 ‘방송장악 대명사’로 불린 이 후보자를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방통위원장에 중용하려는 이유도 그것일 수 있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정부는 공영방송을 전리품처럼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발상을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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