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꿈의 상온 초전도체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우연은 발명의 아버지다.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과 기술이 우연히 발견된 사건이 과학사에는 적지 않다.
인류 최초의 화약은 중국 당나라 때 도교의 연단술사들이 불로장생 묘약을 제조하려다 만들었다. 중세 시대 서양의 연금술사들은 금(Au)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현대 화학 기술의 바탕을 놓았다. 17세기 독일의 헤닝 브란트는 소변 속 빛나는 성분으로 금을 만들려고 양동이 60개 분량의 소변을 모아 끓이다가 인(P)을 발견했다. 그것이 훗날 인류사를 바꾼 성냥과 비료의 재료가 됐다.
18세기 스웨덴의 셸레는 망간 돌멩이를 염산에 넣었다가 초록색 기체가 뿜어져나오는 현상을 기록했다. 이렇게 발견된 염소(Cl)는 상하수도 살균 등으로 공중보건에 기여했다. 최초의 항생제 개발로 이어진 페니실린, 진단영상 혁명을 일으킨 엑스레이를 비롯해 의학 역시 우연한 발명품이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었다. 주방 필수품 전자레인지와 의류 혁명을 일으킨 합성섬유 나일론도 실험실에서 어쩌다 포착돼 인류의 생활을 바꿨다. 열정을 가진 이들은 오류처럼 보이는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길을 일궜다.
한국의 한 민간 연구회사가 기존의 영하 200도 이하나 초고압이 아닌 상온·상압에서도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 물질 ‘LK-99’를 만들었다고 지난달 22일 온라인 논문과 영상을 통해 발표했다. 세계 과학계가 설왕설래 중이다. 기술이 입증된다면 양자컴퓨터, 무손실 송전, 자기부상열차를 비롯해 미래 인류의 세상과 일상을 바꿀 노벨 물리학상감일 수 있다.
미국 한 연구소에서 ‘가능성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지만 국내외 학계는 신중하다. 논문이 검증 없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LK-99가 초전도체의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물질이 초전도체는 아니더라도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 물질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초전도체를 둘러싼 관심은 그만큼 다들 신기술에 목마르다는 방증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력을 높이고 눈앞에 닥친 기후재난에 대응하려면 결국 핵심 열쇠는 기술일 수밖에 없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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