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창] 기후위기, 어물쩍 넘어갈 일인가

한대광 기자 2023. 8. 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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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7㎜. 지난 6월26일부터 시작된 폭우가 한 달 동안 기록한 강수량이다. 한국에서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충된 1973년 이래 3번째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한대광 사회에디터

47명. 올여름 폭우로 전국에서 숨진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 1554명은 집을 잃었다.

7626t. 폭우로 인해 전남·충남·경남 등의 바다로 유입된 쓰레기의 양이다. 해양쓰레기는 수거·소각 등 처리 비용이 육지쓰레기의 2~3배가량 더 소요된다.

36.3%. 강원도가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 동해안 85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152만명에 비해 36.3% 감소한 96만8950명으로 집계됐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38.8도. 1일 경기 여주시 낮 최고기온이다. 폭우가 끝나자마자 폭염이다. 열대야까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포항공대 기후변화연구실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 ‘극한 열 스트레스’가 연간 8일 정도에서 90일로 12배가량 증가한다고 밝혔다. 요즘 같은 무더위가 6월15일쯤 시작해 9월21일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23명. 폭염 대책 기간인 5월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젠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 날씨가 되는 것 같네요.” 폭우가 쏟아지던 얼마 전 택시기사분이 꺼낸 얘기다. 그는 10여년을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는 “태국에선 벼락 피해가 엄청나다”며 “한국도 기후변화가 뚜렷해졌는데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여름은 기후위기를 전 국민이 체감하는 첫해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여름이니까” “장마니까”라는 오래된 용어로 회피하고 어물쩍 넘어갈 단계를 넘어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먹고사는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기후위기가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기후위기는 극심해지고 있지만 현 정부와 정치권은 대책은커녕 입장이라도 있는지 의구심이 앞선다.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경향신문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 출범 이후 100건의 법안이 탄소중립과 관련됐지만 통과된 법안은 33건에 불과했다.

정부는 올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단순히 재난사고일 뿐이라고 여기는 양상이다. 그러다보니 사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을 물어 공무원 3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무원들의 직무 태만에 대해 과실을 가려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다. 재해를 몰고 온 첫 단추인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현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식으로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어물쩍 넘어갈 일인지 자책하고 자성하고 고민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후위기는 괴담이 아니다. 환경운동가들의 진영 논리도 아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과학적 이론이다.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대책을 내놓고 실천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다. 기후위기가 아직도 괴담 수준으로 여기고 싶다면 이런 소식도 전하고 싶다.

190.5㎜.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서 지난달 9일(현지시간) 6시간 동안 기록한 강수량이다. CNN은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강우 확률”이라고 보도했다.

48도. 지난달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낮 기온이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54도였다. 이란 남부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의 체감온도는 66.7도까지 치솟았다.

66%.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 내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공포스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도 다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권력자들은 탐욕과 이윤, 경제성장의 이름으로 이 행성과 민중을 희생시키고, 부차적 존재로 간주하며, 이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대광 사회에디터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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