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쓰러진 청소년 대원들 … 잼버리 준비 이렇게 허술했나 [사설]
세계 최대 청소년 축제인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이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인 4만3000여 명이 참석했지만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개영식에서만 온열환자가 108명 발생하면서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준비 소홀과 부실 운영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안은 연일 낮 최고온도가 35도를 웃돌고 있다. 찜통처럼 뜨거워진 텐트 2만5000여 동은 텅텅 비어 있고, 대원들은 '그늘쉼터'에 모여 더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직위는 폭염에 대비해 총 7.4㎞의 덩굴터널과 그늘쉼터 1720곳을 조성했다지만 한증막 같은 더위에 4만여 명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화장실, 샤워실, 탈의실 등이 모자라고 비위생적인 데다, 부실한 식사에 물·얼음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잼버리가 리얼 생존게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겠나. 새만금은 그늘이 없는 허허벌판인 데다 매립지이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 야영 장소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도 그대로 강행한 것 자체가 문제다. 6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고, 100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대체 뭘 한 것인가. 조직위의 안일한 인식도 문제다. 개영식 당일 온열환자가 속출하자 소방당국은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조직위는 이를 무시하다가 뒤늦게 일부 프로그램만 중단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열악한 현장 상황이 알려지면서 미국·영국 등은 외교채널을 통해 안전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는 기회인데 부실한 운영으로 역효과가 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폭염 속에 '스카우트 정신'만 강조하다가는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온열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큰 프로그램은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조직위는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뿐 아니라 대회 일정 축소, 야외 활동의 실내 행사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잼버리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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