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놀란 사람들 뒤쫓은 흉기난동범···체포 후 “피해망상” 주장
쇼핑몰 들어가 흉기 휘둘러
신림동 흉기난동 발생 2주만
20대 초반 용의자 ‘단독범행’
경찰청장 “사실상 테러행위”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3일 오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이중 4명이 중상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지난달 21일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지 약 2주 만이다. 신림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살인 예고’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던 만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55분쯤 분당구 AK플라자 인근에서 ‘불상의 남성이 서현역 AK프라자에서 사람들을 찔렀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를 지나가던 시민들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려 흉기를 휘둘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6시5분쯤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을 범행 현장 인근에서 체포했다. 현재 이 남성의 단독 범행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용의자는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AK프라자 내로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의 범행으로 모두 14명이 다쳤다. 차량 충격으로 인한 피해자가 5명이며, 칼부림으로 인한 피해자는 9명이다. 중상자는 각각 2명이다. 부상자들은 분당제생, 차병원, 서울대병원 등으로 나눠 이송됐다.
이번 사건의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에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용의자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모자를 쓴 채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범행을 저질렀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도망가던 용의자는 한 여성의 뒤를 흉기를 들고 쫓아가다 여성이 방향을 틀자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번 범행이 2주 전 신림동 사건에 이은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근 시간대 많은 시민들이 오가던 서현역 일대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AK프라자 9층에서 근무하는 차모씨(28)는 “퇴근했던 직원 몇명이 황급히 도망쳐와서 사건을 알았다”며 “(용의자가) 1층부터 뛰어다니면서 사람을 찌르고 다녔다고 하더라. 그 광경을 보고 놀라서 도망쳐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AK프라자 1층 출구 앞 번화가에서 영업 중인 상인 유모씨(69)도 “원래 6시 예약 손님이 있었는데 ‘누가 칼에 찔리고 등에 피를 흘리고 있어서 못 간다. 사장님도 얼른 도망가라’는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하던 참에 백화점에서 100여명이 ‘우르르’ 소리 지르면서 도망나오더라”며 “이 동네가 조용한 곳인데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20대 초반으로 배달업 종사자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피의자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 중”이라며 “조현병 등 정신 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테러행위로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이와 유사성이 있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며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는 조선씨(33)가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한 조씨는 “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라며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신림동 인근에서 ‘20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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