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악몽’ 돼버린 잼버리…조직위는 “문제없다” 되풀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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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생존게임이다.
지난 1일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한여름의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북 13개 시민단체·정당은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참사를 불러올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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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생존게임이다. 지난 1일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한여름의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무 그늘 하나 없고 배수는 엉망인 열악한 환경에 연일 이어지는 폭염, 여기에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운영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잼버리 대회가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나라 망신이다” “대체 준비를 어떻게 한 것이냐”는 항의성 글이 폭주하고 있다.
2일 열린 개영식에선 참가자 88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가운데 83명이 온열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개막일인 1일부터 3일 오전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무려 540여명. 35도가 넘는 체감온도 속 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 땡볕 아래서 참가자들은 찜통더위와 벌레, 열악한 위생환경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에스엔에스에선 일부 참가자들이 대회장을 이탈했다는 소문도 돌지만, 조직위는 “보고된 바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조직위는 준비 부족과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취재진에 개방하던 델타구역의 출입을 통제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데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이어서 대원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참가자 학부모의 목소리도 있다. 이날 잼버리 공식 소셜미디어에는 한 멕시코인 학부모가 “대체 잼버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딸이 지금 거기 있는데 완전히 무질서하고 먹을 것도 없고, 불볕더위를 피할 방법도 없단다. 혼란스럽다. 제발 무언가 조치를 취해달라”는 항의글을 올렸다. 한 미국인 참가자의 어머니도 “악몽으로 변해가는 아들의 꿈에 가슴이 아프다. 이 혼란에 내 지갑만 큰 대가를 치렀다. 주최 쪽이 준비가 미비해 너무 슬프다”고 꼬집었다.
문제점이 속출하는데도 조직위는 “큰 문제 없다”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온열질환자는 모두 경증 환자이며, 중증 환자는 단 한명도 없다”며 “훈련받은 운영요원과 지도자들이 청소년 대원들 옆에서 건강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취재진에 목격된 야영지 내 잼버리병원은 부족한 침상에 오전부터 밀려든 온열환자들로 하루 종일 분주했다. 침상을 차지하지 못한 내원자들은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차가운 물병으로 열을 식히고 있었다. 병원은 의료진과 인솔자, 환자, 구급대원 등이 뒤엉켜 군대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폭염과 운영 미숙으로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행사 축소와 중단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전북 13개 시민단체·정당은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참사를 불러올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밤 10시 기준 누적 환자는 992명으로, 벌레 물림 318명(32.1%), 온열질환 207명(20.9%), 일광 화상 106명(10.7%), 기타 278명 차례로 나타났다. 행사장 내에 설치한 소방서는 전날에만 304번을 출동하는 등 모두 313명을 응급조치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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