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4·3 창작 오페라 ‘순이 삼촌’

최재훈 2023. 8. 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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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1979년,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상수가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내려왔다 듣게 된 '순이 삼촌'의 죽음으로 오페라는 시작합니다.

제주에서 이웃집 여인을 높여 부르는 단어, 삼촌.

1948년, 제주 4.3 사건 때 삼백여 명이 떼죽음을 당한 제주 조천읍 북촌리의 '옴팡밭'이 주요 무대입니다.

집단 학살로 쌍둥이 오누이 자식을 잃고 임신한 몸으로 혼자 살아남은 순이 삼촌, 하지만 30여 년을 그날의 기억과 고통 속에 유령처럼 살다 옴팡밭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4·3이라는 단어조차 금기시되던 1978년, 제주 4·3을 세상에 널리 알린 현기영 작가의 중편소설 ‘순이 삼촌’을 원작으로 한 창작 오페라입니다.

2020년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했고, 2021년 수원 경기아트센터, 지난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오는 19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합니다.

[강혜명/'순이 삼촌' 예술총감독 겸 순이 삼촌역 : "저희 순이 삼촌은 앞으로도 내년도 전국화 사업의 일환으로 다른 시도에서도 찾아가서 오페라를 할 생각이고요. 저는 우리 작품이 예술작품으로써 뛰어난 작품으로 많은 분에게 인식되기를 원하지만, 이 작품이 가는 행보가 어디와 함께하는지도…."]

정식 공연에 앞서 지난 28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순이 삼촌’제작 발표회 현장.

이날 주요 출연진은 ‘순이 삼촌’에 나오는 대표 아리아 3곡을 선보였습니다.

화자 격인 상수 역의 테너 이동명이 부른 ‘예나 제나 죽은 마을’과 순이 삼촌이 생을 마감하기 전 부르던 절규의 아리아 ‘어진아’, 엔딩 합창곡‘이름 없는 이의 노래’는 4.3의 슬픔을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최승현/'순이 삼촌' 할머니역 : "가사에 '살아시난 다 살아진다.' 우리가 힘을 내서 살면 다 살아지니까 정말 우리가 용기를 갖고 다시 살아보자.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제주도 여성의 강인함이 어떤 처절함으로 제게 되게 다가왔거든요."]

이번‘순이삼촌’ 부산 공연은 부산단체와의 첫 협연으로 특별해졌습니다.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과 시립소년소녀합창단, 부산오페라합창단이 함께 참여해 무대를 완성했습니다.

[양진모/'순이 삼촌' 지휘 : "순이 삼촌이라는 작품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 오페라로서 부산, 서울, 제주뿐이 아니라 전 세계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고요."]

신고된 4.3 희생자는 만 4천여 명.

이념 논쟁 속에서도 그들의 희생을 추모하려는 노력은 조금씩 진전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4.3 특별법이 처음 만들어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으며, 박근혜 정부 때는 4.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4.3의 아픔을 예술로 기록한 창작 오페라 '순이 삼촌'은 역사가 주는 교훈을 감동과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영상편집:전은별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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