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8월은 IOC 선수위원 준비 올인” 이젠 韓 스포츠 외교관 꿈꾼다

구미/박강현 기자 2023. 8. 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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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선수’ IOC 선수위원에 도전
쟁쟁한 스포츠 스타들과 후보 경쟁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쟁쟁한 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제가 됐으면 좋겠네요. (웃음)”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스포츠사(史)를 빛낸 다른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한다.

배구선수 김연경이 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IOC 선수위원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은 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KOVO(한국배구연맹)컵 여자부 B조 흥국생명-GS칼텍스전(GS칼텍스 3대0 승) 이후 “예전부터 선수위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달은 선수위원 준비에 ‘올인’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김연경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경기엔 출전하지 않았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IOC 선수위원은 IOC와 선수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스포츠 외교관’으로 임기가 8년으로 정해져 있다. 선수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와 올림픽 종목 결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다른 IOC 위원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IOC가 선수위원 제도를 도입한 것은 선수 출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IOC 정책에 반영하고 이들을 올림픽 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한 것이다. ‘선수들의 선수’인 셈이다.

현재 한국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당선된 유승민(41·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단식 금메달) IOC 선수위원 임기가 2024 파리 올림픽까지라 후임자를 찾고 있다.

IOC 선수위원은 당해 연도 혹은 직전 올림픽 출전 선수만 출마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4강)부터 2016년 리우, 코로나로 한해 미뤄져 2021년에 열린 도쿄 대회(4강)까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도쿄 올림픽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한 그에겐 이번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그는 “유승민 현 위원의 임기(8년)가 끝나는 시점에 (자격이 충족되는 등) 타이밍이 잘 맞은 것도 있다. 저한테는 어떻게 보면 마지막 기회”라고 돌아봤다.

김연경은 이미 도전 의사를 밝힌 ‘사격 황제’ 진종오(44), ‘태권도 영웅’ 이대훈(31) 및 ‘골프 여제’ 박인비(35) 등과 경쟁한다. 이들도 모두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세 후보 역시 각 종목에서 세계에 한국을 알린 ‘전설’들이다. 아직 후보 추천을 마감하진 않았지만, 이들 간 ‘4파전’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배구선수 김연경이 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몸을 풀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그래서 아무리 김연경이라도 쉽지 않은 도전일 수밖에 없다. 올림픽에서 두 차례 ‘4강 신화’를 이끌었지만, 결정적으로 메달이 없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2008 베이징을 시작으로 2012 런던, 2016 리우 남자 50m 권총 종목에서 3연패(連霸)를 달성하는 등 금메달만 4개다. 이대훈은 2012 런던(남자 58kg급 은메달) 및 2016 리우(68kg급 동메달)에서 메달을 땄다. 박인비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그는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김연경도 이 부분을 의식한 듯 “이번 후보들을 보면 여느 때와 비슷하겠지만, 쟁쟁하다”며 “정말 좋은 후보들이 나와서 저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4일 오후 6시까지 선수위원 후보자 추천을 마감하고, 서류와 면접 등 선수위원회의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한국 후보 1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7월에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 기간에 선수 투표로 IOC 선수위원을 최종적으로 뽑는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뽑는 IOC 선수위원은 총 4명인데, 4명 모두 다른 종목의 선수여야 한다.

배구선수 김연경이 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IOC 선수위원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자기소개를 너무 길게 썼다. 줄여야 된다”고 너스레를 떤 김연경이 꼽은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우리나라 대표(후보)가 되는 것도 있지만, 결국 파리 올림픽에 가서 되느냐가 문제”라면서 “저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단체 종목 (출신)이다. 단체 종목의 좋은 점은 각 나라의 많은 선수들의 투표권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라고 꼽았다. 이어 “각국의 배구협회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 다들 도움을 많이 준다고 했다. ‘배구 자체에 너무 좋은 일이다’ ‘대단하다’ 등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며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 해외 리그(일본, 중국, 튀르키예)에서 뛴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본선 경쟁력을 지닌 게 제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23명의 선수위원 중 배구 선수 출신은 아무도 없다.

김연경은 선수위원 선발을 위해 그동안 틈틈이 공부를 해 왔고, 다른 모든 것을 접어두고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했다. “IOC 어젠다(agenda)라는 게 있는데 이걸 숙지하는 게 힘들었다. IOC 위원이 추구하는 (가치 등에 대한) 것이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제가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며 “(서류에) 제 경력을 적을 땐 예전 생각들이 떠올려지더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구단도 훈련 스케줄 등에 대해 배려해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래도 김연경은 현역 배구 선수다. 현재 몸상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좀 취했다. 팀에서 프로그램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훈련도 하고 있었다”며 “흥국생명 (훈련)에 합류한지는 2주 조금 넘었는데, 몸상태는 좋다. 다가올 시즌에 뛰는 건 문제 없다”고 했다.

인생은 ‘타이밍’과 선택, 그리고 도전의 연속이다. 선수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김연경의 선택은 ‘IOC 선수위원’ 도전이었다.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9월 1일까지 IOC에 ‘후보 1명’을 추천해야 한다. 이르면 8월 말쯤 한국 후보 1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김연경은 “공약에 대해선 아직 선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달라”며 “열심히 해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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