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삼다수마스터스 1R 치른 고진영 “다음 세계 1위땐 더 강해져 있을 것, 손에 피나도록 연습했다”

김경호 기자 2023. 8. 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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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3일 제주도 블랙스톤 제주GC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 8번홀에서 티샷 전 물을 마시고 있다. |KLPGA 제공



“후반에는 더위를 약간 먹은 것 같았어요. 생각만큼 스코어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국내 투어에 나선 세계 2위 고진영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1라운드 티샷을 날린 3일 오후 12시 블랙스톤 제주GC(파72·6626야드)의 기온은 섭씨 32도를 넘기고 있었다. 지면에서 한증막 같은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지만 1번홀 티박스엔 응원하는 팬들로 가득찼고, 티샷을 마친 그를 기꺼이 따라나섰다.

고진영의 몸상태와 스윙은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좋은 스코어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3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넣고 기분좋게 출발했으나 수차례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다가 보기 4개를 더해 3오버파 75타(공동 48위)로 마쳤다.

고진영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프랑스 에비앙에서 돌아와 경기하다보니 시차가 느껴지지만 그건 선수들의 숙명”이라며 “내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통산 163주 세계 1위를 지키다 이번주 왕좌에서 내려온데 대해 고진영은 “그런 기록은 언젠가 깨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다시 1위로 올라갈 때는 한 단계 더 강해지고, 강한 선수로 플레이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2승을 거둔 이후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런 이야기는 저를 모르시고 하는 이야기다. 사실 그 때 2주 정도 휴식기가 있었는데, 하루만 쉬고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 열심히 해서 손에 피가날 정도였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생긴 부작용이었다. 너무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스포츠가 골프다.”

이 대회를 마치면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위민스 오픈을 치르는 고진영은 “에비앙에 나가기 전 한국에서 있다가 갔고, 지금 다시 돌아와 대회를 치르고 있다. 다음주에도 현지에 빨리 적응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 이 대회를 개최하는 블랙스톤 제주GC는 쉬운 골프장이 아니었다. 평지지만 공략지점이 좁고 그린의 굴곡이 제법 있는 데다 주변에 풍력발전소가 자리잡을 만큼 강풍이 많이 불어 선수들을 괴롭혔다. 참가자 130명 중 언더파 스코어를 올린 선수들은 모두 톱10에 들었다. 첫날 기준 컷탈락 예상스코어는 4오버파다.

오전에 출발한 이소영이 홀로 6언더파 66타를 치고 선두로 나섰다. 오전, 오후 모두 후끈한 열기와 강풍 등 악조건은 비슷했지만 이소영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낚는 완벽한 플레이로 공동 2위 정소이, 최가빈(이상 3언더파 69타) 등을 3타차로 넉넉히 제치고 앞서갔다.

2016년 데뷔해 격년 마다 우승을 더하며 통산 6승을 쌓은 이소영은 홀수해에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를 깰 기회를 만들었다. “오늘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라 경기하기는 편했다”는 이소영은 “아직 라운드가 많이 남아 안전하게 플레이 하겠다. 만약 홀수해 우승을 거둔다면 난리가 날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달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우승으로 신인상 선두에 선 황유민은 ‘신인 빅3’ 대결에서 첫날 완승을 거뒀다. 황유민이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이고 박현경, 임진희 등과 공동 4위 그룹을 이뤘지만 방신실과 김민별은 나란히 5오버파 77타(공동 72위)를 쳐 컷탈락을 걱정하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진 통산 15승의 베테랑 장하나는 88타를 치는 바람에 ‘16오버파 컷오프’ 규정에 의해 첫날 컷탈락 했다.

제주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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