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여파…기술주 조정 언제까지?[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8. 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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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가 1% 떨어지고 S&P500지수는 1.4%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2.2% 급락했다 나스닥지수의 하락률은 올들어 두번째로 큰 것이다.

하지만 이는 12년 전 미국의 신용등급이 처음으로 강등됐을 때에 비하면 충격이 적은 것이다.

12년 전 강등 땐 두 달 급락 뒤 회복
또 다른 신용평가사 S&P는 2011년 8월5일에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갈등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트리플 A에서 하향 조정했고 이후 첫 거래일인 8월8일에 S&P500지수는 7% 폭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S&P500지수는 2011년 8월에 5.7% 하락하고 9월에도 7.2% 급락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중으로 실업률이 여전히 높았고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부채위기도 진행 중이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전에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는데다 경제 상황도 그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지적했다. 또 달러가 여전히 전세계 기축통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신용등급 강등이 재앙은 아니다"라며 시장 충격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도 미국 증시는 8월과 9월에 하락했지만 10월 말에는 신용등급 강등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증시가 12년 전 전철을 밟는다면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증시 하락은 매수 기회가 되는 셈이다.

다만 증시 조정의 기간과 폭은 미지수다. 사실 이날 증시 하락은 신용등급 강등이 빌미가 됐지만 근본적으로 2가지 원인이 있었다.

첫째는 국채수익률 상승이고 둘째는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4일 고용지표, 증시 살릴까
우선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08%로 지난해 11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ADP가 집계하는 민간 고용이 지난 7월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이 예상 이상으로 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오는 4일에 발표되는 노동부의 지난 7월 취업자수마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다면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며 증시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82%로 반영하고 있다.

오는 9월 FOMC 전에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이달에 주목해야 할 3가지 이벤트는 오는 4일 공개되는 지난 7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와 실업률, 오는 10일 공개되는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오는 24~26일 잭슨홀 미팅에서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 등이다.

랠리 지속의 2가지 조건
2일 증시 하락을 불러온 또 다른 환경은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증시가 추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태에서는 증시가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같은 충격에 훨씬 취약하게 된다.

이날 유독 기술주 하락이 두드러졌던 이유도 기술주가 밸류에이션이 유독 높은 상황에서 국채수익률 변화에도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순이익의 현재가치는 미래 순이익 전망치에 국채수익률을 할인해 구한다. 국채수익률이 올라갈수록 미래 순이익의 현재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국채수익률 상승은 성장주인 기술주에 특히 불리하다.

그렇다면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 증시의 일시적인 발작으로 끝나고 랠리가 지속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는 국채수익률 안정이다. 이를 위해선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이전 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조만간 종결돼야 한다.

둘째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더 오르지 않고도 주가가 추가 상승할 있도록 기업들의 순이익이 늘어나야 한다(PER=주가/주당순이익). 이를 위해선 기업 실적에 부담을 주는 경기 침체가 없어야 한다.

애플·아마존 실적 발표에 쏠린 눈
이런 점에서 피치가 전날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완만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한 점은 주목된다.

올 2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1년 전 대비 7% 이상 줄며 3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2분기에 실적이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성장세로 돌아서 내년까지 성장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분기 경기 침체는 이런 실적 전망에 찬물을 끼얹으며 주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 AMD가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들 기업이 제시한 실적 전망치가 그간의 주가 상승세에 비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2일 장 마감 후에는 퀄컴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해 반도체산업의 회복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런 맥락에서 3일 장 마감 후에 나올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는 증시의 조정 폭과 기간을 좌우할 투자심리에 상당히 중요하다.

이날 경제지표로는 오전 10시에 발표되는 지난 7월 ISM 서비스업 지수가 주목된다. 7월 ISM 서비스업 지수는 53으로 확장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전망된다. ISM 지수는 50이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에 미달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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