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강 최상류 소양호 '녹조'에 시름, 폭우-폭염이 만든 재난
폭우 오염원 유입에 폭염으로 수온 상승해 발생
체감 온도 40도에 4㎞구간 녹조 제거 작업 '비상'
'수도권 2천만 식수 악영향 우려' 교차
강원도-관계기관 '조류 확산 대응 상황실' 운영
1973년 소양강 댐 건설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소양강 상류에서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하면서 소양강 주변 지역과 수도권 2천만 명 식수원인 한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리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식수원 공급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녹조 현상이 심화하면 낙관만 할 수는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진녹색으로 변한 소양호, 폭염 속 녹조 제거 작업 '사투'
3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인제대교 아래 소양호 상류 일대는 체감온도 4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 10여 명의 인부들이 녹조 제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인제대교부터 38대교까지 약 4㎞ 구간에 달하는 강물은 모두 녹색으로 변해버렸고 강변은 최근 내린 폭우에 쓸려 내려온 각종 쓰레기들과 부유물들이 뒤엉켜 악취로 가득했다.
온탕에 가까운 수온이 느껴지는 호수 안에서 인부들은 두꺼운 방수복에 장화를 신은 채 뜰채 하나로 녹조 제거 작업을 벌였다. 깊은 수심에서 작업을 벌이는 인부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탕을 오가며 뜰채로 걷어올린 녹조와 수풀이 한 곳에 모아져 산을 이뤘다.
한 인부는 "흡착포로는 제거가 어려워 사람이 뜰채로 일일이 긁어 떠내야 돼 어렵고 힘들다. 방수복에 장화를 계속 신고있으니까 나중에는 속옷이 젖어서 짜면 물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배를 이용해 수질 정화에 한창이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중장비가 강물을 퍼올리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50년 만에 첫 '녹조 현상' 수도권 식수 영향 없나?
동양 최대 사력댐으로 불리는 소양강댐이 건설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녹조 현상이 발생하면서 소양댐 하류 지역과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 이용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번 녹조 현상은 올해 장마로 가축 분뇨와 비료 등 오염원이 호수로 흘러든 뒤 지속된 폭염으로 인한 부영양화 발생이 진행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양강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소양호는 축구장 2252개 면적(1608㏊)을 차지하며 29억톤의 저수량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인공 호수다. 소양강은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과 직결된다.
관리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 범위가 소양호(하류지점)까지 오기에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시민들에게 공급되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소양호에서 발생한 녹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식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위원은 "수도권 인구 2천만 명이 한강물을 먹는데 그 상류에서 지금 녹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상당히 큰 문제다. 환경부 차원에서 특별팀을 보내서라도 여러 방면으로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소양호는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 녹조 현상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체감을 별로 못해서 그렇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순간에 터전 잃을까 걱정돼" 어민들 '망연자실'
녹조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소양호를 기반으로 어업 활동을 해왔던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녹조 제거작업을 근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던 한 주민은 "생계 뿐만이 아니라 한 순간에 터전을 잃은 느낌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군이나 도에서 나서서 하루 빨리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강원도와 관계 기관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원도와 원주지방환경청, 한수원 등 관계기관들은 최근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조류 확산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관계 기관들은 한수원의 요청 사항을 수렴해 조류제거선 추가 확보와 1차 차단막을 3~4차 차단막까지 추가하고 수면 위 조류 제거와 수질 검사 등을 위한 선박 지원 검토에 나섰다. 조류 농도 변화 확인을 위한 수질분석 지원과 수계기금을 활용한 방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신속한 조류 제거로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세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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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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