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는 우리, 함께해”…‘청자기’ 이야기 [함께 토닥토닥]
“홀로서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겁니다.”
염복영씨(22·수원시)의 홀로서기는 울타리와도 같던 그룹홈을 떠난 2021년 2월부터 시작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쉼터에서 6개월가량을 보낸 뒤 그룹홈으로 거처를 옮겨 성장하고 세상과 부딪히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세상에 오롯이 홀로 서야 하는 자립은 그에게 또 다른 산이었다. 막막함과 우울함이 커지자 염씨는 누구라도 만나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청자기(청년들의 자립 이야기)’의 문을 두드렸다.
이 곳에는 염씨와 비슷한 이유로 시설 등에서 보호를 받다 퇴소 나이가 돼 홀로서기를 한 청년들이 서로 응원하고 다독이며 지지를 해주고 있었다.
염씨는 “먼저 자립한 언니, 오빠들이 자신보다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이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하거나 가정위탁이 종료되는 만 18세 이상 자립준비청년에게 홀로서기는 세상에 발을 내딛는 새로운 출발이다. 자립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홀로서기를 하며 겪는 우여곡절도, 어려움도 많다. 도내 자립준비청년은 1천800여명. 전국 자립준비청년 가운데 16%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청자기’는 이런 자립을 앞둔 후배들, 홀로서기를 막 시작한 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멘토링과 제도·정책개선 활동을 다방면으로 이어오고 있다. 쉼터나 그룹홈 등 보호시설에서 벗어나 자립을 준비하는 이들이 함께 서로를 지탱하는 모임으로 202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경기도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연결망이다.
현재 8명이 활동 중인 이들은 이제 막 보호가 끝나 사회에 홀로 서야 하는 막막한 심정을 알기에 서로에게 손을 건네고 다독인다.
정기모임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자립 경험담을 풀어낸 에세이집을 출간해 서로 터놓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자립기반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지역사회의 협력의 중요성을 알리고 촉구하는 각종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올해도 이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립 교육 프로그램 ‘우리들의 자립 온도, 20도’를 기획해 도내 곳곳의 자립을 준비하는 이들과 만나며 든든한 선배가 돼주고 있다.
청자기 활동가 현진씨(26·군포시)는 “서로의 처지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나 같은 사람이 혼자만 있다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들과 멋지게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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