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 입센 희곡 번역 공로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훈장
김미혜(75)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희곡 전집을 번역해 한국에 알린 공로로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로부터 노르웨이 왕실 공로훈장을 받았다. 안네 카리 오빈드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3일 대사관저에서 김 교수에게 훈장과 휘장을 수여했다.
비엔나대학교에서 연극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미혜 교수는 2011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된 ‘현대 연극의 초석 헨리크 입센’을 쓴 국내 최고의 입센 전문가. 한국연극연구학회 회장,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다.
김 교수는 헨리크 입센의 모국어인 노르웨이어를 직접 번역하기 위해 노르웨이어를 배웠고, 입센 희곡 23편을 번역하는 데 15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노르웨이를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국제 입센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발표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왕실 공로훈장은 1985년 노르웨이 국왕 올라브 5세에 의해 제정됐으며 “노르웨이와 인류에 대한 공헌”을 한 해외 거주 개인에게 수여된다.
헨리크 입센은 인간 조건의 복잡성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을 창작해 현대 연극의 초석을 놓은 인물 중 한 명. 사회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고 개인의 자유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헤다 가블러’, ‘인형의 집’, ‘피어 귄트’ 등의 희곡이 널리 알려졌다. 그동안 입센 희곡은 대부분 노르웨이어 원어를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닌 중역(重譯)인 경우가 많았다.
안네 카리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입센의 희곡을 번역한 김 교수의 헌신과 실력, 열정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과 노르웨이 문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와 한국 간의 문화적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입센의 희곡을 번역한 김 교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문학·희곡 분야 문화 공로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르웨이 대사관은 “2028년은 헨리크 입센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로, 전세계적인 기념 행사가 열릴 것”이라며 “이제 모든 입센 희곡을 한국어로 감상할 수 있게 돼 한국에서도 이 뜻깊은 해를 제대로 기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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