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에 기안84 같은 ‘룰 브레이커’가 필요하다[서병기 연예톡톡]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은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필요하다.
예능 관계자들은 기안84가 남미와 인도를 가버리니 뭘 가지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는 눈치다.
MBC 일요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기안84가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예능 제작자들이 기존 제작 관행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는 입봉작을 기안84를 데리고 MBC 일요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1, 2'를 찍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금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은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필요하다. PD건 출연자건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상파가 잘 나가던 시절에도 룰 브레이커가 있었다. 김태호 PD다. 김 PD는 ‘무한도전’ 초기만 해도 MBC 영상제작지원 부서에서 거부 당할 정도로 카메라 장비와 인력 지원을 다양하게 요구했다.
당시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ENG 카메라 한 대에, 보조용으로 6 ㎜ 카메라 두 대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그게 성에 차지 않았다. 멤버 한 사람당 카메라 한 대가 따라붙어야 했다. 이른바 ‘직캠’의 시작. 그렇게 하면 메인 화면이 아닌 주변부도 괜찮은 액션과 리액션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었다.
이제 이런 방식은 보편적인 버라이어티 예능의 제작 방식이다. 김태호 PD는 이 뿐만 아니라 스피디하게 올라오는 자막을 만들고, 촬영 시간도 늘리는 등으로 기존 예능 PD를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능인의 캐릭터라이징과 합쳐져 한국에서만 이름 붙여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장르의 정석이 됐다.
최근에도 지상파에 ‘룰 브레이커’가 한 명 나타났다. 이번엔 PD가 아니라 출연자인 기안84다. 예능 관계자들은 기안84가 남미와 인도를 가버리니 뭘 가지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는 눈치다. 기안84보다 더 강한 개고생 여행이라도 해야 하냐며 푸념인데, 그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MBC 일요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기안84가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예능 제작자들이 기존 제작 관행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가지게 됐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데 기안84가 변화의 쐐기를 박은 것 같다.
우선 말장난 예능은 시효가 끝났다. 양세형과 딘딘 등은 깐족 거리는 예능 스타일로 재미를 톡톡히 봐왔지만, 이젠 안먹힌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건 강호동과 유재석에게도 부분적으로 해당된다.
기안84는 찐 리얼리티의 강세를 재확인해준 셈이다. 기안84가 인도에서 아무데서나 앉고, 누워도 진짜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생고생’이 포인트가 아니라 ‘진짜’가 포인트다.
JTBC 예능 ‘최강야구’가 이례적으로 3%대의 시청률을 올리는 것도 김성근 감독의 합류로 예능이 아니라 진짜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장을 맡고 있는 장시원 PD는 ‘도시어부’ ‘강철부대’에 이어 ‘최강야구’에서도 억지 예능이 아닌 찐리얼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찐 예능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가? PD들이 출연(예정)자의 관찰에서 시작된다. 김지우 PD는 ‘나 혼자 산다’의 세컨드(두번째 PD)였는데, 촬영을 하면서 기안84와 가장 친하게 지냈다. 기안84를 가장 잘 아는 PD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입봉작을 기안84를 데리고 MBC 일요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1, 2’를 찍었다. 시즌3도 곧 찍을 예정이다. 특히, 기안84가 현지 친화력이 뛰어나고, 웹툰작가여서 구성력이 좋아 김지우 PD로서는 큰 복을 얻은 셈이다.
무엇보다 출연자에게서 진짜를 온전히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즙을 낸다고 하지 않나. 출연자의 진짜를 제대로 끄집어내 소통에 성공하면 PD와 출연자는 콘텐츠 부자가 된다.
나영석 PD는 긴시간 동안 기존 룰을 깨지 못했다. 하지만 MZ세대 문화대통령 이영지가 룰 브레이킹을 해버렸다. 이영지가 ‘지구오락실’에서 “영석이 형~”이라고 하고, 영석이 형은 기가 쪽쪽 빨린다. “영석이 형, 첫사랑은 언제?” “벌칙은 영석이 형 하고 데이트 하는 거” “영석이 형, 입가에 미소 있는 게 왜 이렇게 얄밉냐” 등등 영석이 형 화법때문에 주야장천 게임만 해도 프로그램이 살아날 수 있다.
요즘 예능이 게임에 주력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지락실’에는 영석이 형에게 너무 버거운 이영지와 이은지 등등 캐릭터가 있어 ‘1박2일’과 ‘삼시세끼’ 등에서 보여준 기존관계의 역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인문학 예능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지적이고 모범생 이미지를 가진 패널 이혜성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SNS의 침투와 확산으로 가뜩이나 콘텐츠 영토가 줄어들고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 제작자들은 ‘관찰’과 ‘진짜’로 기존 룰을 깨트려보시라.
wp@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주 보러온 어머니 사우나 이용금지” 강남아파트는 왜 커뮤니티 이용을 막았나 [부동산360]
- 열애설 난 블랙핑크 지수 ‘괴물’ 홀란 만났더니…100만명 잭팟에 웃는 쿠팡플레이
- “잠실역 20명 죽일거다” “한국男 찌르러간다” 서현·한티·오리역 등 잇단 살인 예고
- BTS 정국, 美 빌보드 ‘핫 100’ 9위…싸이 이후 韓 솔로 최초 2주 연속 톱10
- [인터뷰]“범인 따라 들어가려다 칼부림 목격…119 신고” 서현역 목격자 증언
- ‘킹더랜드’ 조연들도 빛난다…고원희-김가은-안세하-김재원-김선영
- “몸짱 되려다 ‘불임’된다고?” 근육 키우려고…스테로이드 먹다 큰일난다
- 피프티 피프티 vs 소속사 분쟁, 9일 비공개 조정…합의점 찾을까
- “뉴진스도 쓴다니까…” 찜통 더위에도 70만원짜리 ‘귀마개’ 삽니다?
- 뉴진스, 데뷔 1년 만에 美 ‘빌보드 200’ 1위…‘핫100’ 3곡 동시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