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개발 진짜일까?] 과학계부터 SNS·커뮤니티까지… 전세계가 초전도체에 들썩
유튜브 동영상 수백만 조회수
SNS에 '세빛 둥둥섬' 밈 열풍
"검증시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
과학계 "초전도체 가능성 낮아"
'꿈의 물질' 초전도체가 여름 휴가철의 피크에 폭염만큼이나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히 신드롬급이다.
보통의 과학적 발견은 국제학술지에 연구논문이 실린 후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동료 검증이 필요한 학술지 대신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연구결과가 발표됐고, 언론 대신 X(옛트위터), 유튜브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전세계에 바로 퍼졌다. 평소 과학기술에 큰 관심이 없던 이들도 SNS를 타고 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내용임에도 '세빛 둥둥섬' 등 초전도체 유행어가 등장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소식이 인기글에 올랐다. 가장 빨리 반응한 것은 주식시장이다.
이차전지와 인공지능을 대체해 초전도체 테마주가 형성되면서 국내외 주식들이 요동쳤다.
◇전문가만큼 과학 소식 퍼나른 대중…스포츠 경기만큼 열광한 글로벌유튜브에서는 관련 동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평소 대화가 별로 없던 가족들이 초전도체를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는 풍경도 벌어졌다.
다소 회의적인 과학기술계나 언론들과 달리 SNS와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궈졌다.
무더위에 지친 이들이 초전도체의 특징을 살린 '세빛 하늘 둥둥섬' 등의 이미지와 재치있는 유행어를 주고받으며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확산됐다. 온라인에서는 "이 정도면 국가가 밀어줘라", "이거면 아이언맨 슈트를 진짜 만들고 UFO로 다른 행성까지 갈 수 있다", "일론 머스크나 빈살만 부러울 게 없다", "즐거운 일이 없었는데 초전도체로 며칠간 행복했다.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니 좀더 행복할 수 있겠다" 등 흥분에 찬 이야기가 오갔다. 한국이 만든 기술을 논문으로 공개해서 다른 나라에 선수를 빼앗기는 게 아닌지, 과거 줄기세포 사건의 재연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교차했다.
과학기술계도 함께 했다. 연구논문이 동료 평가를 거치는 국제학술지가 아닌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공개된 데 이어 각국 과학자들이 X를 비롯한 SNS로 최신 소식과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흐름에 동참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과학기술계에서도 '성배'라고 칭할 정도로 꿈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경쟁적으로 기술 재현·시뮬레이션 나선 세계 과학계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은 즉각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밤샘 실험에 돌입했다. 초전도체는 지금까지 10명 넘는 수상자를 배출한 노벨상의 텃밭으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과 이론 규명에 성공하면 노벨상 수상은 따논 당상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보다 훨씬 만들기 쉬운, 절대온도 30도(섭씨 영하 243)도 이상 일어나는 고온 초전도 현상도 아직 이론규명이 안 된 상황이다.
고려대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를 재현하거나 이론을 규명하거나 제조공정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노벨상 수상 기회가 열려있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은 2일 LK-99 합성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LK-99의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만도 베이징항공우주대,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원 산하 선양재료과학국가연구센터 연구진이 관련 검증연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균관대 양자물질 초전도 연구단, 고려대 초전도 재료 및 응용 연구실,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등이 재현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서도 LK-99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미국의 한 국제학회에 참석 중인 박제근 서울대 양자물질연구단장(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응집물리 연구 분야 전세계 전문가들이 모인 이곳에서도 한국 초전도체 논문이 단연 화제"라면서 "학회에 모인 연구자들이 지난주 관련 긴급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학적 발견에 대한 갈망이 빚어낸 현상" "성공 못해도 과학은 진보할 것"언론과 과학단체, 국제학술지들도 이슈에 올라탔다. 다만 과학기술계는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견이 주류다. 국내 초전도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현재로선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전문가를 통한 검증에 착수했다.
박제근 단장도 "국제 과학계가 내놓은 LK-99 관련 실험·이론 논문은 한국 연구진의 발표를 지지한다고 보기 힘들다. 아스펜 학회에 참가 중인 전세계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관적"이라며 "재현 실험에 실패한 연구에 대해 논문을 급하게 발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LK-99를 둘러싼 소란은 세상을 바꿀 새 과학적 발견을 우리가 얼마나 갈망해왔는지 보여준다. 초전도체의 개념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화제와 밈이 돌고 있다"며 "LK-99를 둘러싼 흥분감은 포용하되 희망을 걸지는 말자. 과학의 여정은 그 자체로 결과만큼이나 가치가 있으며, 개인의 업적과 관계없이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짚었다. 미국 대중지 뉴욕포스트는 "LK-99 초전도체 연구의 돌파구는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단장은 "현재로선 LK-99가 초전도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러나 만약 성공이 아니더라도 과학은 그 과정에서 또 한번 진보할 것"이라고 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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