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우군' 폴란드와 균열 조짐에…땜질 나선 젤렌스키

이명동 기자 2023. 8. 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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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실 "우크라, 우리 역할에 감사해야"
해당 발언 뒤 우크라·폴란드 모두 대사 초치 항의
젤렌스키 "폴란드가 유럽의 진정한 방패" 칭송
[바르샤바=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굳건해 보였던 국제관계에도 파열음이 감지됐다. 전쟁 내내 줄곧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지원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집회에서 참가자가 전쟁 중단을 외치며 러시아를 규탄하는 모습. 2023.08.03.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굳건해 보였던 국제관계에도 파열음이 감지됐다. 전쟁 내내 줄곧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지원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폴란드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막자,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일로 양국 관계가 경색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에 감사한 마음 가지라"

[아우구스도르프(독일)=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굳건해 보였던 국제관계에도 파열음이 감지됐다. 전쟁 내내 줄곧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지원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독일 레오파르트 탱크를 최초로 인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1일(현지시간) 아우구스도르프의 독일 최대의 필드 마샬 롬멜 군사기지에서 독일 레오파르트 2 탱크 2대가 기동하는 모습. 2023.08.03.

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르친 프시다치 폴란드 대통령실 국제정책실장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폴란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위해 해온 역할에 감사하라"고 촉구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앞장서서 지원을 쏟아부어 왔다. 그러나 자국내 농부의 항의를 받아온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반대한 뒤로 양국 관계는 긴장감이 형성됐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의 뜻으로 폴란드 대사를 초치했다.

폴란드도 물러서지 않았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튿날 수도 바르샤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맞대응했다. 다만 대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부재중인 관계로 부대사가 대신 이에 응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자국 대사 초치 결정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런 실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젤렌스키 "폴란드는 유럽의 방패…양국 관계 손상 안 돼"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굳건해 보였던 국제관계에도 파열음이 감지됐다. 전쟁 내내 줄곧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지원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6월28일(현지시각) 수도 키이우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 뒤 악수하자 이를 지켜보는 모습. 2023.08.03.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애쓰고 있다. 그는 "폴란드가 유럽의 진정한 방패 역할을 한다"고 추켜세우면서 긴장 해소 국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정치 문제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민 사이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감정은 분명히 가라앉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전쟁 기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협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폴란드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눈치다. 파베우 야브원스키 폴란드 외무부 차관은 "양국 관계가 최상의 상태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에 불만 사항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폴란드 등 5개국이 유럽연합(EU)에 다음 달 15일 만료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 연장을 요구한 결정을 옳다고 평가했다. 그는 "폴란드는 국익에 부합하는 범위 안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결정 연기에 불만을 표시하자,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는 서방에서 받은 지원에 관해 더 감사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우크라 인접 5개국, 자국 농업 보호 골몰

[즈후리브카(우크라이나)=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굳건해 보였던 국제관계에도 파열음이 감지됐다. 전쟁 내내 줄곧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지원했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즈후리브카 마을에서 밀이 수확되고 있는 모습. 2023.08.03.

앞서 EU 회원 27개국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어갈 자금을 조달하도록 우크라이나산 수출품에 관세를 인하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5개국은 값싼 우크라이나 곡물의 공급으로 자국 농업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밀, 옥수수, 유채씨, 해바라기씨 등의 자국 내 수출에 제한을 뒀다.

지난 5월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밀, 옥수수, 유채씨, 해바라기씨는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모든 EU 회원국에서 무상으로 유통될 수 있다"고 해당 조치를 설명했다. 육로를 통한 곡물은 공통 세관을 거쳐 유통, 운송될 수 있고 EU 바깥으로 수출될 수도 있다.

이들 5개국은 다음 달 15일에 종료되는 금수 조치가 유지되기를 원한다. 폴란드는 EU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금수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도로, 철도, 강을 통해 필요한 목적지로 이동하도록 계속 도움은 주겠다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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