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벽지 뜯어내거나 페인트 제거…주민 동의가 관건

박초롱 2023. 8. 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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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구조 적용 주거동 아파트 105개 단지…59개 단지에 15만 세대 거주 중
사실상 주민 동의 있어야 긴급안전점검 가능…내달 말 완료 변수 될 듯
보강 기둥 세워진 LH 아파트 주차장 (오산=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일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8.3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국토교통부가 다음 주부터 지하주차장과 주거동 등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에 들어가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중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의 경우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려면 세대 내부로 들어가 벽지를 뜯어내거나 페인트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서울 강남권 고가 단지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집값 하락과 생활상 불편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변수가 있어 공언한대로 내달 말까지 전수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대 내부서 철근탐지기 돌리고 콘크리트 채취…주민 동의?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2017년 이후 준공된 293개 민간아파트 단지 중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곳은 모두 105개 단지다.

이 중 59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고 15만 세대가 거주 중이다.

나머지 46개 단지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10만 세대 규모다.

안전점검은 공사 중인 단지부터 실시된다. 이미 안전점검 업체가 선정돼 있기 때문에 바로 점검에 들어갈 수 있다.

준공 아파트는 입주자들과 협의를 거쳐 점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착수 시점이 공사 중인 아파트보다는 늦어질 수 있다.

조사 방법은 '샘플 조사' 우선이다.

설계 도면을 보고 10∼15곳 정도 지점을 골라 조사한 뒤 전단보강근(철근)이 빠진 곳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전체 조사에 들어가는 식이다. 이때 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문제는 주민이 이미 들어가 살고 있는 입주 단지다. 벽지와 페인트를 벗겨 내고 철근탐지기를 써서 철근이 제대로 배근됐는지 확인하고, 콘크리트 표본을 채취해 강도를 측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이번 조사는 보수·보강이 필요한 아파트 단지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단계다.

실제로 보수·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턴 손해배상 청구 등 입주민의 문제 제기가 쏟아질 수 있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내 아파트가 보수·보강 대상에 해당하는지, 안전한지, 보다 정밀한 계획을 세워서 보강해야 하는 단지인지를 내달 말까지는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아파트 무량판 조사계획 설명하는 김오진 국토부 1차관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간아파트 무량판 구조 조사계획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3.8.3 kjhpress@yna.co.kr

국토부, 입주예정 단지 전수조사 대상 통보 '고심'

안전에 우려가 있는 경우 주민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긴급안전점검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세대 내 점검은 동의 없으면 사실상 시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국토부는 세대 내 안전점검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안전 확보를 위해 입주민을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다.

또 입주 예정자의 경우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가 무량판 구조인지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통보를 할지 고심 중이다.

공사 때 골조 단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안전점검을 하게 돼 있기에 여기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통상적으로도 보강하는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보강 과정에서 주거 면적이 줄어든다면 입주예정자들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점검 결과가 나온 이후 입주예정자에게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안전진단 비용의 경우 시공사에 부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수·보강 비용 역시 우선 시공사에 부담시키고 이후 설계가 문제였는지, 시공을 잘못한 건지 잘잘못을 따져 필요한 경우 시공사가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부실이 발견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겠지만 시공사가 입주민·입주예정자들과 (보상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입주민의 요구가 모두 다른 경우 하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방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15개 단지에 대해선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는 손해배상을 하고 입주예정자에게는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 부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입주자나 입주 예정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LH가 성실하게 협의해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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