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안 파나요…현대차가 미국서만 파는 픽업트럭[시승기]

이동희 기자 2023. 8.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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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 작년 미국서 3.6만대 팔리며 선전…투싼 베이스 'SUV+픽업트럭' 장점 고루 갖춰
온·오프로드 어디서든 부드럽게 주행…일상생활 제격
현대차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뉴스1 이동희 기자

(샌타페이=뉴스1) 이동희 기자 = 미국은 현대자동차의 최대 시장이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 올해 판매 계획은 104만대로 글로벌 연간 목표치 432만대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해도 현대차는 북미서 100만대에 가까운 94만9000대를 팔았다.

현대차가 미국(북중미)서만 판매하는 차가 있다. 포니 픽업 이후 브랜드 처음으로 출시한 픽업트럭인 '싼타크루즈'(Santa Cruz)다.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 문화를 상징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차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중대형 픽업트럭이 시장 주류인 가운데 비교적 경쟁이 덜한 콤팩트(소형)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했다. 2021년 6월 출시 이후 판매량을 늘리며 꽤 성공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싼타크루즈 판매량은 2021년 1만42대에서 지난해 3만6480대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도 2만50대를 기록하며 작년 판매량 절반을 넘어섰다. 상반기 미국 픽업트럭 판매 순위 13위다.

존 롭(John Robb)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소장은 "모든 사람이 큰 픽업트럭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실용적이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현대차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뉴스1 이동희 기자

지난달 27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샌타페이(Santa Fe)에서 만난 싼타크루즈는 미국서 쉽게 볼 수 있는 픽업트럭이 아니었다. 더블캡 형태의 픽업트럭으로 외관은 생산 플랫폼을 공유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투싼과 닮았다. 현대차도 싼타크루즈를 'SAV'(스포츠어드벤처차)라고 부른다. SUV와 픽업트럭의 장점을 모았다는 의미다.

크기는 현지에서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포드의 매버릭과 비슷하다. 싼타크루즈는 전장(차의 길이) 4971㎜, 전폭(차의 폭) 1905㎜, 전고(차의 높이) 1694㎜다. 휠베이스(축거)는 3005㎜다. 전장과 축거는 매버릭이 조금 더 길고, 전폭과 전고는 싼타크루즈가 조금 더 넓고 높다.

현대차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뉴스1 이동희 기자

차량 후면부는 램프에 수평형 T자 형태의 시그니처 조명을 적용해 보다 웅장하게 보였다. 테일게이트 하단에 영문으로 싼타크루즈를 음각으로 새겼다. 적재 공간도 서프보드나 크고 작은 물품을 실을 수 있도록 넉넉했다. 후면 범퍼 양쪽에는 발판이 있어 적재 공간에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었다.

실내는 앞좌석은 여유로웠으나, 뒷좌석은 주먹 1개가 들어갈 정도의 레그룸으로 다소 좁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는 투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차량 디스플레이가 크고 화려해지고 있지만, 싼타크루즈는 간결했다. 공조 버튼은 터치식이다.

파워트레인은 2.5L 4기통 GDI 엔진, 2.5L 4기통 터보 GDI 엔진 등 두 가지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2.5L 4기통 터보 GDI 엔진으로 습식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8DCT)를 탑재해 최고출력 281마력과 최대토크 43㎏f·m의 성능을 발휘한다.

현대차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뉴스1 이동희 기자

시승 구간은 호텔에서 남베 폭포(Nambe Falls)까지 왕복 70㎞ 거리다. 길게 뻗은 고속도로와 경사진 굽은 길, 비포장도로까지 다양했다.

승차감은 픽업트럭을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SUV에 가까웠다. 적재함에 물건이 없었음에도 차량 앞뒤 밸런스가 잘 맞아 주행감은 편안했다. 다만 최고출력 281마력을 고려하면 가속은 조금 답답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평이했다. 노면 소음과 진동은 거슬리지 않았으나,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은 다소 있는 편이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운전 보조 기능과 전방 충돌방지보조(FCA), 후측방 충돌방지보조(BCA), 후측방 모니터(BVM), 차로이탈방지보조(LKA), 차로유지보조(LFA), 후방 교차충돌방지보조(RCCA), 운전자주의 경고(DAW), 안전하차 경고(SEW) 등 안전 사양도 대거 탑재했다.

현대차는 싼타크루즈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해 현지에 판매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5%의 관세가 부과돼서다. 현재 한국서는 판매하지 않는 차지만, 시승을 마치고 동승자와 나눈 대화는 "한국서 판매해도 되지 않을까"였다. 현재 미국 기본 판매가격(홈페이지 기준)은 2만6650~4만1070달러다.

현대차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뉴스1 이동희 기자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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