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기업이라던 삼성전기·포스코 "초전도 협력한 적 없다"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8. 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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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전도체 진실 공방 ◆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자리 잡은 한 주택가 건물 입구. 평범한 주택가 빌라 지하인 이곳에 상온에서 초전도체(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있다. 간판조차 없어서 무심코 지나갈 만한 곳이지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많은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 기자들이 지하에 내려가 문을 두드리지만 침묵만 이어진다. 잠시 후 건물 입구에 경찰차가 멈춰 선다. 언론 취재에 대응하고자 연구소 측에서 경찰을 부른 것이다. 한 경찰관은 "현재 사무실에 직원들이 있지만 취재에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취재를 삼가달라"고 말했다. 경찰관의 제지에 기자들이 자리를 뜨려고 할 때 한 남성이 나타나 무슨 일인지 상황을 묻는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의 아버지라고 밝힌 이 남성은 "(아들이) 20년이 넘는 시간 수천 번 시도해서 개발한 것"이라며 "이번 일이 잘 풀려서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업무차 지방에 출장을 간 상태"라며 "(아들은) 좀 더 결과물이 완벽해지면 공개하고자 했지만 함께 연구한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논문을) 먼저 올려버려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온 초전도체 'LK-99'의 진위를 두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가 맞는다는 주장, 아니라는 주장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아무 상관없는 초전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뛰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초전도체란 특정한 환경에서 전기저항이 '0'으로 수렴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뜻한다. 전기저항이 0인 만큼 이를 활용하면 전력 송수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전력 손실을 없앨 수 있다. 문제는 초전도 현상이 지금까지는 -200도에 달하는 낮은 온도나 100만기압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3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퀀텀에너지연구소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강민호 기자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자신들이 개발한 LK-99가 상온, 대기압 환경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항이 0으로 떨어질 뿐 아니라 자석에 올려놓았을 때 자기장을 밀어내며 공중에 뜨는 듯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연구교수는 "논문에 담은 LK-99의 반자성 데이터가 흑연(그래파이트)보다 훨씬 크게 나온다"며 "초전도 현상으로 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재직 중이던 2005년 구조 변화 없이 부도체가 도체로, 도체가 부도체로 바뀌는 '금속 절연체 전이 현상(MIT)'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김 교수를 황우석 박사처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100년 넘게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만들지 못한 상온 초전도체를 한국이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처음에는 회의적인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일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시네이드 그리핀 연구원이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했더니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도 일부 재현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한 연구자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실제 상온 초전도 현상을 만든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카이브에 연구 결과를 올린 그리핀 연구원도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 논문은 구리 인회석이 초전도성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거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 고온 초전도체와 공통된 흥미로운 구조를 가질 수 있음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연구가 확대 해석됨을 경계한 것이다.

연구진이 마이스너 효과라고 올린 동영상을 본 과학자들 일부는 "자석 위에 LK-99가 뜨는 현상은 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마이스너 효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3일 오전까지 삼성전기와 삼성SDI, LG이노텍, 포스코 등의 기업명과 로고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2일 오전 기자가 해당 기업에 확인한 결과 "모든 기업이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협력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통보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3일 오전 11시께 갑자기 홈페이지를 닫아버렸다.

[강민호 기자 / 고재원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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