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 텐트·과자 점심·장화 샤워 …"한국에 온것 후회된다"

진창일 기자(jci@mk.co.kr),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3. 8. 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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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지친 참가자가 야영장 내 설치된 수돗가에서 머리에 물을 뒤집어쓰며 더위를 간신히 이겨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각국 대표단이 자국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는 새만금 일대 '델타 지역' 행사장. 이곳은 스카우트 대원 외에 일반 관람객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물과 얼음을 살 수 있는 편의점으로만 몰리고 있었다. 몇몇 외국인 참가자는 폭염에 지쳐 편의점 한쪽에 마련된 에어컨 앞을 떠나지 못했다. 자녀들과 델타 지역을 찾은 이 모씨(47)는 "델타 지역은 일반인도 각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폭염 탓에 행사장을 돌아다니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날씨는 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주최 측의 부실한 사전 준비와 주먹구구식 대처가 대회 참가자들의 불만에 불을 댕겼다. 우선 샤워장 시설과 화장실 부족 문제로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잼버리에 참여 중인 A씨는 "비가 온 뒤 야영장 등에 물이 빠지지 않아 대원들이 장화를 신고 샤워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샤워 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어 옆 사람 모습이 다 보이고, 일부 화장실은 남녀 공용인 데다 저녁에 불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청소도 되지 않아 매우 비위생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개막한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식사. 독자 제공

이에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현재 영내 생활 도중에 장화를 신어야 할 상황은 없고 앞서 비가 왔던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행사장 일부 지역은 지난달 30일 내린 호우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물에 잠긴 상태다. 폭염으로 두통, 어지럼증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속출하고 있지만 조직위는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잼버리 개막 첫날인 지난 1일 온열질환자 400명이 발생했고 2일 동안 온열질환 치료 207건이 이뤄진 만큼 행사 기간 온열질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개영식 때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것은 K팝 행사가 진행되면서 대원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다 보니 체력이 급격히 소진됐기 때문"이라며 "이 정도 온열질환자는 어느 잼버리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온열질환자에 대해서는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해명만 내놨다.

조직위는 영내 야영지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일시 중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오는 6일 K팝 콘서트와 11일 폐영식 등 폭염 속 대형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미봉책으로만 남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장에 물이 차 한 스카우트 대원이 장화를 신고 있다. 독자 제공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카우트가 주로 하는 영내 활동을 줄이고 14개 시군과 하는 영외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그늘막을 확보해 더위를 피하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워장과 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는 "야외 캠프장이기 때문에 이동식으로 준비된 상태인데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 청결 유지가 간단치 않다"며 "청소 횟수를 하루 3회에서 매 시간으로 확대하고 청소 인력도 240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열질환자와 관련해서는 "잼버리 병원에 남아 있는 인원은 20여 명이며 나머지는 다 퇴원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폭염에 지쳐 얼음과 음료수 등이 간절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시중보다 10~20% 높게 올려받는 바가지 상술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행사장 참가자는 "행사장에서 살 수 있는 얼음은 오전에는 6000원에 팔렸다가 오후가 되니 8000원으로 올랐다"고 토로했다. 해외 대원과 교류하고 있다는 참가자 D씨는 "한 해외 참가자는 1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모아 이번 잼버리에 참여했는데 한국에 온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며 "부실한 폭염 대처와 행사 준비 때문에 많은 외국인의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 날 잼버리 참가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며 여가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한 총리는 김 장관과 통화하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9개국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엄중 지시했다. 국방부에는 그늘막·샤워장 등 편의시설 보수와 증설을 위해 공병대를 지원하고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군의관 파견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부안 진창일 기자 /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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