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기금리 치솟자 … 일본은행 또 시장개입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8.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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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금융완화 수정 불구
엔화값 5엔 떨어져 엔저 지속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해 장기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했음에도 엔저(엔화가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저의 주된 이유가 미·일 간 금리 차이 등이어서 일본의 정책 수정으로 엔화값도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융완화를 포기하지 않고 급격한 금리 인상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엔저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 수정을 발표했던 지난달 28일 달러당 138엔대까지 올랐던 엔화가치는 이날 한때 143엔대 후반으로 내려갔다. 일본은행이 긴축 신호탄을 쏘면서 엔화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다르게 일주일 새 5엔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에도 엔저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닛케이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지속 입장 △급격한 금리 인상을 용인하지 않는 자세 등을 꼽았다.

실제 일본은행은 장기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자 이번주 기습적으로 두 번이나 시장에 개입했다. 이날 일본시장에서 10년물 국채(신발행) 금리가 한때 0.655%까지 오르며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일본은행은 오후 1시께 3000억엔 규모의 5~10년물 국채 매입에 나섰다. 지난달 31일에 이은 두 번째 '깜짝' 시장 개입이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장기 국채 금리 변동폭을 1%까지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지만, 1% 수준으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얼마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급격한 금리 상승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투기 세력과 신경전을 벌이며 엔화값 상승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금융완화 수정을 발표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수익률곡선제어(YCC) 수정이 금융정책 정상화에 발을 내딛는 움직임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거 없는 투기적인 채권 매도가 확산되지 않도록 컨트롤해 가겠다"고 말하며 급격한 금리 변화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도 "(금융)완화를 잘, 끈기 있게 지속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D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금리의 급상승을 용인하지 않으면 당분간 엔저가 지속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YCC의 수정에도 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단기 금리를 -0.1%로 적용하고 장기 금리를 0%(변동허용폭 ±0.5% 정도)로 유도하는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정책의 핵심인 YCC를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일본은행은 변동허용폭 이상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움직임을 보이면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으로 불리는 국채 매입을 통해 이를 억제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의 장기 금리는 사실상 0.5% 수준 이하로 억제돼왔고, 미국 등과 금리 격차에 따라 엔저 압력이 가중됐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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