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수립부터 매장 운영 최적화까지…유동인구 분석 솔루션에 주목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 중 황희찬 선수가 입은 속옷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펼치는 황희찬 선수가 상의를 벗자 마치 여성 속옷인 브라탑을 연상시키는 속옷이 드러나면서다. 이 속옷은 사실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EPTS)’을 위한 웨어러블 장비로 알려졌다.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가속도 센서, 심박 센서 등 각종 센서가 탑재되어 선수들의 동선과 활동량, 기량 등을 측정한다.
EPTS로 수집한 데이터는 경기 전술 수립, 경기력 개선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직관이나 감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케 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해외 정상급 축구 리그와 구단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유다.
우리 일상에서도 알게 모르게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유동인구 분석 솔루션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기지국 신호 정보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적용해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머물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한다. 공공 정책 및 기업 전략 수립, 상권분석 등에 이러한 데이터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게 SK텔레콤의 지오비전이다. 2011년 처음 출시한 지오비전은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카드 결제, 부동산 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 통계를 제공한다. 지난 2014년에는 유동인구 데이터로는 처음으로 통계청으로부터 국가승인 통계 인증을 받기도 했다.
KT 또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관광분석솔루션, 생활인구솔루션, 상권분석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주요 지역의 실시간 인구를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인구 데이터’를 개발해 선보였다.
이같은 유동인구 데이터는 전염병 유행이나 사회적 재난 및 참사에서도 빛을 발한다. 코로나19 기간 경북경찰청은 지오비전을 활용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파악해 감염 방지를 위한 순찰에 나섰다. 이외에도 여러 공공 기관들이 지오비전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제공받아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구 과밀로 인한 재난도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성남시는 올해 초 지자체 중에선 최초로 지오비전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활용한 인구 밀집 대응 체계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기지국 정보 기반의 유동인구 분석에는 한계도 있다. 기술 특성상 50㎡ 단위까지만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 그보다 국소적이고 정교한 공간 데이터를 얻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 상점 솔루션 업계에서는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술을 활용한 유동인구 분석 솔루션에 주목한다. 카메라 영상을 활용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라이다(LiDAR)를 비롯한 각종 센서로 총 방문객 숫자, 매장 내 상주 인원, 동선 등의 정보를 보다 세밀하게 수집할 수 있다. 상권 분석을 넘어서 매장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 빌딩 솔루션 업체인 존슨콘트롤즈인 소매점 특화 솔루션 센서매틱은 컴퓨터 비전과 각종 센서를 활용해 방문객 동선, 행동 패턴, 인구통계학적 정보 등을 수집해 매장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절도 등 범죄나 이상행동을 감지하거나, 과밀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스마트 상점 기술 분야 스타트업인 넥스트페이먼츠가 유동인구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스마트 상점 기술보급 사업 등을 통해 국내 소상공인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등을 활용해 매장 내 머무는 인원이 몇 명인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와 같은 데이터와 연령대, 성별 등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AI)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 등을 통해 얻는 주문, 결제 정보까지 데이터까지 더해 최적의 매장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상품 구성을 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 재가공해 점주에게 제공한다.
AIoT를 활용한 유동인구 분석 솔루션은 소형 점포부터 백화점 같은 대형 매장까지 다양한 도소매 업종에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처럼 실내외를 아우르는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전시시설에 적용하면 관람객들이 어느 전시물을 얼마나 오래 감상하는 지와 같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이를 전시 기획이나 전시물 배치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적용하는 환경에 맞춰 카메라와 라이다를 적절히 배합해 정확도는 높이면서도 비용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넥스트페이먼츠 측은 설명한다. 소규모 매장에는 카메라 단독 혹은 카메라와 단거리 라이다를 조합하고, 좀 더 규모가 큰 백화점, 전시장 같은 큰 공간에는 중장거리 라이다도 함께 활용하는 식이다.
넥스트페이먼츠는 실증(PoC)을 거쳐 앞으로 소상공인 매장 외 다른 공간으로 적용 사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광철 넥스트페이먼츠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 공간을 데이터화해 합리적 의사 결정을 돕는 유동인구 분석 솔루션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넥스트페이먼츠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소상공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유동인구 솔루션을 보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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