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잼버리 아닌 생존게임"…정부 '급한 불 끄기' 나섰지만
"일부 야외행사 중단·시설 관리 강화"에도 "기간 축소" 목소리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전 세계 159개국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역대급 폭염에 행사 사흘 만에 1000명이 넘는 환자가 쏟아진 가운데 비위생적인 시설과 먹거리 부족 문제까지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행사 기간 축소'에 대한 목소리까지 나온다.
"잼버리가 아닌 생존게임이다"라는 말까지 나오자 각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있는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는 3일 잼버리가 열리는 새만금으로 달려가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일부 야외 행사 중단 등의 각종 대응을 내놨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3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부터 진행된 개영식 행사장 내에서 온열 질환 108명, 두통 10명, 피부질환 8명 등 총 138명의 온열질환 및 부상자가 나왔다. 이로써 잼버리 행사가 시작된 사흘 동안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잼버리 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야영' 축제다. 올해에는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새만금에 모인다. 그러나 행사 콘셉트 자체가 야외에서 텐트를 치는 '아영'이고, 줄타기 등 격렬한 육체활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4만3000명에 달하는 참가자 수에 비해 병상 수가 50개로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샤워실 등의 시설도 부족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편의점에서는 '바가지 요금'을 취하고 있고, 참가자들에게 지급한 달걀 등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증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각 장관이 잼버리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여가부와 행안부는 이날 현장을 찾아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폭염 상황을 감안해 현재 스카우트들이 하고 있는 영내 과정 활동을 줄이고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영지 내에 현재 설치된 그늘시설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장실과 샤워장 등 편의 시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이 차관은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청결유지가 간단치 않다"면서도 "불편 의견을 적극 수용해 청소 횟수를 거의 매 시간으로 늘리고 관련 인원도 전북도 등의 도움을 받아 240명대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잼버리 병원 내에 비치된 온열질환 관련 약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비상 수급 중"이라고 답하며 참가 청소년 안전과 관련해 해외 국가들의 문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부 있어 답변을 한 상태다. 여러 나라는 아니다. 구체적 답을 못하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여가부에 이어 잼버리 공동위원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이날 오후 새만금을 찾아 현장을 살피고 긴급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잼버리 행사장 내 폭염저감시설 추가 설치와 폭염 예방물품 지원을 위해 전라북도에 특별교부세 30억원을 즉시 교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전문의료진과 함께 온열질환자 수와 건강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조치할 수 있는 일은 즉시 시행해달라며 "참가자들에게 시원한 생수와 이온음료를 충분히 공급하고 그늘쉼터와 덩굴터널 등 폭염저감시설이 잘 작동하는지 매일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이밖에도 참가자들에게 매 프로그램 시작 전 마다 폭염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안전한 행사 개최를 위해 안내요원과 경찰, 소방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 또 소방차 등 긴급 차량 출입차로를 확보하는 한편 질서유지를 위한 출입계획도 재점검하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온열환자 발생 시 혼선없이 임시대피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부상자 회복을 위해 구급차 증차, 이동병원 도입 등을 포함하여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해달라"며 "스카우트 활동은 원래 다소 불편한 것이라는 기존 인식을 버리고, 남은 잼버리 기간 동안 관계기관 모두가 잼버리대회의 성공을 위해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최창행 새만금잼버리 조직위 사무총장은 "온열질환자 발생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폭염 피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의사 30명, 간호사 60명을 추가로 확보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영지 내에 냉방 및 침상 시설을 갖춘 버스를 상시 배치하고 5개 허브클리닉 등에도 냉방기 각 2대씩을 보강할 방침임을 밝혔다. 1대당 10명이 휴식할 수 있는 온열환자 휴식용 헌혈차 5대도 추가 투입한다.
글로벌 청소년 리더센터 내 새만금홀 대강당에는 최대 150병상을 추가 설치하고, 응급환자는 닥터헬기 6대를 이용해 전북대·원광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즉시 이송할 계획이다.
일각의 잼버리 행사 중단 목소리에 대해 최 사무총장은 "청소년의 안전을 해치면서까지 잼버리를 끌고 나갈 이유는 없다"며 "매일매일 상황 모니터링과 세계스카우트연맹 등과의 협의를 통해 안전한 잼버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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