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공교육이여! 깨어나라
"얼른 일어나 늦겠다. 학교 가야지. 학교 가기 싫어, 애들이 때리고 욕하고 너무 힘들어.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넌 선생님이잖니." 이런 개그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권이 붕괴해도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은 학교에서 잠을 잔다. 교사가 잠자는 학생을 깨우면 휴식권 침해로 고발당하거나, 경우에 따라서 학생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교사가 맞고 하소연을 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게 우리 공교육의 현실이다. 공교육이 죽어가고 있다.
공(公)교육이 공(空)교육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공교육이 죽으면 미래가 없다. 현재 공교육은 막장에 이르고 외통수에 걸렸다. 공교육이 막장에 이르면 국가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자녀들이 공교육이 죽어가는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아도 괜찮을까.
교육은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엔진이다. 미래 생존을 위한 제1원동력은 교육이다. 한강의 기적과 IT 강국의 직선적 발전을 했던 우리는 현재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비전이 없으면 방황하고 방황이 길어지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떻게 쌓아 올린 교육인가.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 이제는 과거 교육과 작별을 고하고 미래 교육을 새롭게 맞이해야 한다. 지식을 일방적 집어넣는 사(死)교육에서, 창의적 질문을 잘하는 생(生)교육으로 이전해야 한다.
선진 교육을 모방하는 교육에서 우리만의 K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니고 미래 삶을 준비하는 생활 교육으로 넘어가야 한다. 죽어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대학입시만을 위한 평가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 교사, 학교, 정부, 대학, 학부모다. 평가에 대한 입장은 각자가 너무나 다르다. 학교는 내신, 정부는 수능, 대학은 논술·면접, 학부모는 사교육으로 어디에 장단을 맞출지 몰라 학생들은 죽을 맛이다. 대한민국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공공성이다.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생부 비교과에 인성, 사회성, 리더십 등에 대한 평가를 기록하고 대입 모든 전형의 필수 요건으로 반영하면 된다. 수능은 대학별 고사를 대신하는 시험이지 고교 교육과는 괴리가 있다. 오지선다형 문항의 수능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수능 대신 고교 졸업고사 형태의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도 변별력만 갖춘다면 대학별 고사나 수능이 없어도 AI가 평가한 학교 시험, 토론과 발표 등 교과·비교과와 논·서술형 졸업고사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의 교육은 개인별 맞춤형 교육, 문제 해결 중심 교육, 평생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핵심이다. 모든 교육정책이 장관·교육청·학교 순으로 내려오는 수직적 상명하복 체계로는 AI 시대의 교육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학생·교사·학교가 주축이 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해 현재의 법과 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선 교육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낼 수 없다. 반드시 움켜쥐어야 한다. 지금이 공교육을 살려야 할 골든타임이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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