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특수 끝…주저앉은 美정유기업

옥시덴털 주당순익 80% 하락
브리티시·엑손모빌 잇단 부진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로 미국 정유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지난달 원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며 에너지 기업의 주가가 소폭 올랐지만 추가 매수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종합에너지 기업 옥시덴털페트롤리엄(옥시)이 지난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주당 62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한 옥시는 장중 1.86% 떨어진 뒤 시간 외 거래에서 2%가량 추가 하락해 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옥시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2분기 옥시의 주당순이익(EPS)은 0.68달러로 시장 예상치 0.74달러에 못 미쳤으며 매출액은 67억3000만달러로 시장 기대치 69억2000만달러에 미달했다. 전년 동기(3.16달러)와 비교해도 EPS는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직전 분기(1.09달러)에 비해서도 38%가량 감소한 수치다.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른 정유 기업도 이익이 크게 줄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엑손모빌은 55% 감소했다.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투자자들은 정유 기업의 부진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정도가 심했다"고 평가했다.

원인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았던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 하락은 정유 기업에는 정제마진 감소와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가져와 실적에 부정적이다. 옥시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 "지난 2분기 원유와 가스 관련 이익이 감소한 것은 국내(미국)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고, 원유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2분기 세계 평균 액화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2% 떨어졌고, 국내 평균 가스 가격은 55%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평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3.83달러로 전년 동기 108.41달러 대비 32%가량 감소했고 직전 분기(76.13달러)에 비해서도 2% 줄어들었다.

WTI 선물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80달러 선을 되찾으며 정유 기업의 주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월가에서는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모습이다. 배런스는 지난달 20일 "원유 선물 시장은 WTI가 2025년까지 배럴당 60달러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높은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원유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예측이 투자자의 심리를 누르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보통 정유 기업 주가는 원유 가격 상승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셰브론·엑손모빌 등 대표 정유 기업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 주가가 지난 5월 초 이후 200일 평균 이동선을 밑돌고 있다"며 투자자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8월 원유 가격 흐름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