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들썩이게 한 한국발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 [사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만들어냈다고 발표한 뒤 전 세계적으로 초전도체 열풍이 불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상온 초전도체가 바꿀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한국과 미국 증시에선 초전도체 관련 기업들 주가가 폭등했다. 초전도체란 전기저항이 0인 물질로, 이를 활용하면 시속 2만㎞ 자기부상열차, 지금보다 100배 빠른 컴퓨터와 같은 꿈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200℃ 이하 초저온과 100만기압 이상 초고압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상온 초전도체가 현대과학에서 '성배'처럼 남아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내려고 연구를 했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한국 연구진이 1000번의 실험을 통해 만들어냈다고 하고 제조법까지 공개하자 국내에선 벌써부터 "노벨상 수상감"이라는 얘기가 쏟아진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학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연구 결과를 원문 그대로 인터넷에 게재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공개된 제조법에 따라 초전도성 물질을 재현해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실패했고, 일부는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발표했다. 초전도성 물질을 생성할 가능성은 있지만 제조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상용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평가도 있다. 논문의 진위에 앞서 연구윤리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그동안 상온 초전도체가 갖는 상징성에 매몰돼 연구 결과를 과장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는 미국 대학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며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지만, 실험 데이터 조작이 드러나 논문 게재가 취소된 바 있다. 이번 논문에 대한 학계의 검증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할지라도 과학을 통해 인류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만은 박수 받을 만하다. 과학적 발견에서 항상 구경꾼이었던 한국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점은 우리 과학계에 신선한 자극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사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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