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정치인 부부 싸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전 미국 국무장관은 백악관에서 부부싸움이 잦았다. 특히 1998년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인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부부싸움은 극에 달했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쓴 '백악관의 내부 사적 세계'에 따르면 힐러리는 클린턴의 불륜 사실을 알고 남편에게 책을 던져 피를 흘리게 했다. 또 "망할 놈의 ×××" 등 심한 욕설까지 퍼부었다는 게 백악관 직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힐러리는 남편의 습관적 외도에도 불구하고 남편에 대한 지지를 천명해 파경을 막았다. 심지어 힐러리는 2003년 자서전에서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빌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흥미롭고 정열적이며 활발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여자로서 수치심마저 참고 견뎌낸 그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놓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부인 백 모씨가 때아닌 '법정 부부싸움'을 벌였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경기지사 방북 추진을 쌍방울에 요청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전해지자, 백씨가 남편을 향해 "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느냐"며 "정신 차리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던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은 그동안 숨겨온 진실을 밝혀 형량을 낮추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가 '검찰 회유'를 주장하며 남편 진술을 뭉갠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백씨 자신도 대북 사업 문건 유출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백씨가 남편과 자신의 신변보다 '이 대표 보호'를 위해 책임을 떠안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 대표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구태 운동권의 비뚤어진 정의관"이라고 했다.
진위를 떠나 이들 부부의 날 선 공방은 결코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불화를 부추겨놓고도 마치 아무 책임이 없는 듯 시치미를 떼는 이 대표의 행보야말로 더 밉살스럽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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