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에너지硏 'LK-99' 검증위 "상온 초전도체 특성 입증 부족"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2023. 8. 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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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에너지연구소가 아직 샘플 제공하지 않아"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연합뉴스 제공

국내 연구진으로 이뤄진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물질 'LK-99'에 대해 국내 다른 전문가들은 "초전도체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성질 2가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현재 LK-99를 개발한 연구진이 내놓은 논문만으로는 상온 초전도체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현 실험을 통해 초전도 외에 다른 현상이 나타날지 혹은 다른 부도체가 나올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3일 최한용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LK-99는 초전도체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2가지 성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과학적인 논문이 만족시켜야 할 충분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성급하게 결과를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초전도저온학회 소속 교수 30여명으로 구성된 'LK-99검증위원회'에 참여 중이다.

● LK-99 검증위, 전기저항 '0'·마이스너 효과 특성 발견 어려워

검증위에 따르면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보다 온도를 낮췄을 때 저항이 '0'이 되는 성질(레지스턴스 제로)을 보여야 한다. 또 초전도체에 자기장을 가했을 때 자기장을 더 크게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 상쇄하는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LK-99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담긴 데이터만으로는 이러한 초전도체 특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3월 공개한 영상에서 공중에 매달린 LK-99는 자석을 가져다 대자 일부가 자석에 붙어 있고 움직인 후 진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났을 때 일어나는 '자기 선속 고정'이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선속 고정은 초전도체가 자석 위 특정 위치에 고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까지 해외 기관에서 검증한 내용을 고려해도 LK-99를 초전도체로 판단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앞서 지난 1일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팀은 LK-99 관련 논문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이론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대해 최 교수는 "이론적으로 초전도체가 생겨날 수도 있는 환경이란 것이 논문의 핵심"이라며 "실제 재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물질의 구조가 바뀌는 현상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만을 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여기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지, 아니면 다른 변화에 의해서 부도체 상태가 될지는 실제 재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LK-99의 초전도체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검증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온도 환경에서 저항이 '0'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선 '4탐침법'이 가능하다. 4개의 탐칩으로 전류와 전압을 측정해 저항을 구하는 방식이다. 반자성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는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를 사용하면 된다.

● LK-99 검증나선 각국 연구자들…긍정·부정적 전망 혼재

LK-99 검증 실험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서울대, 성균관대 등이 LK-99 논문에 따라 검증 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자체 샘플을 제작 중이다. 중국 등 해외 기관에서도 같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검증위에 따르면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해당 논문을 투고한 학술지 측에서 요청이 있을 때 샘플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LK-99의 구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인도 등지의 해외 연구자들도 빠르게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들 검증 연구에서도 서로 상반된 결과가 나와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LK-99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결과들이 나왔다. 1일 시네이드 그리핀 LBNL 연구원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LK-99의 구조 데이터를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그리핀 연구원은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선양 국립 재료과학연구소 연구팀과 미국 노스웨스턴대 물리학과 연구팀도 LK-99이 엑스레이(X-Ray) 구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밀도범함수이론(DFT)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마찬가지로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에 1일 개재했다. 

2일엔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이 LK-99의 구현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초전도 상태가 된 물질에서 자기장이 사라지는 현상인 반자성 효과를 확인했다며 LK-99가 초전도체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기저항이 '0'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LK-99의 구현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1일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은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의 전기 저항이 0이 아니었으며 자기장이 사라지지도 않았다고 발표했다. 인도 뉴델리 국립물리연구소(CSIR)도 1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를 구현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3일 중국 산둥성 취푸사범대 물리공학부 연구팀은 LK-99 다결정 입자를 만들어 물질에 반자성이 있다는 건 확인했으나 이를 자기장이 0이 되는 반자성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기 저항이 0이 되지도 않았으며, 반자성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초전도 현상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hesse@donga.com,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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