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새만금 잼버리가 추억이 되려면

진창일 기자(jci@mk.co.kr) 2023. 8. 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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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는 없다." 지난 1일 공식 일정을 시작한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쏟아지는 와중에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반복하고 있는 해명이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아픈 참여자가 없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하지만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한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고민이 담긴 답변이었을까.

잼버리 일정에 맞춰 한국에 도착했던 한 말레이시아 소년이 두통약을 먹으면서 폭염을 견디고 있었다는 사실을 조직위는 알고 있었을까. 소년은 "말레이시아보다 더 덥지만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전 세계 친구들과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 그는 한국에서 즐거운 경험을 기대했지 온열질환을 바라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한 소녀는 취재진 앞에서 "한국이 멋진 나라라고 느꼈기 때문에 꼭 오고 싶었다"며 "직접 경험해보니 들었던 것처럼 깨끗하고 멋진 나라로 느껴졌다"고 했었다. 그 소녀는 부실한 식사와 바가지, 야영장에 물이 빠지지 않아 장화를 신고 샤워를 해야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한국은 멋진 나라'라고 생각할까.

조직위는 지난 1일 4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튿날 207건의 온열질환자 치료가 이어졌다고 했다. "개영식 때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K팝 행사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활동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이 정도 온열질환자는 어느 잼버리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온열질환자에 대해서는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최 측의 미숙한 준비가 아니라 참석자들의 과도한 호응이 문제였다는 조직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스카우트 잼버리의 폭염을 직접 체험 중인 한 참가자는 "한 해외 참가자는 1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모아 이번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했는데 한국에 온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스카우트 잼버리는 12일까지 계속된다.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보완해 스카우트 대원들이 가져갈 한국에 대한 기억이 악몽이 아닌 추억이 되게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진창일 사회부 jin.changi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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