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Q '어닝쇼크' 엘앤에프, 코스피 이전 검토
증권가, 원재료값 반등…출하량 증가 가능성 예측
양극재 제조기업 엘앤에프가 올해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원가 부담과 수요 위축 영향이 컸다.
회사는 재료 시세와 공급 물량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로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전망을 제시했으나, 증권가 관측은 사뭇 다르다.
증권가는 리튬 가격이 지난 4월 바닥을 찍은 이후 반등세를 타며 양극재 가격 상승으로 연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엘앤에프가 원재료 수직계열화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신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고객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2Q 어닝쇼크, 리튬 가격급락 영향
엘앤에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682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6%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95.1% 급감했다.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에도 영업이익은 92.6% 줄었다.
해당 기간 매출 1조5633억원, 영업이익 647억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던 증권가 컨센서스를 하회한 실적이다.
리튬 가격 급락이 실적악화의 주요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튬 가격이 높을 때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판매해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판가와 매출원가 차이가 감소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kg당 581.5위안에 달했던 리튬 가격은 올 4월 152.5위안까지 추락한 바 있다. 엘앤에프는 리튬 가격이 급락하지 않았을 경우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7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양극재 업계는 통상적으로 리튬 가격에 마진율을 더해 전체적인 납품 가액을 책정한다”며 “원재료 가격과 마진율이 연동되는 구조인데 이번 2분기엔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서 마진율도 함께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부연했다.
출하량 감소도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엘앤에프는 고금리 기조로 전기차 판매량이 줄었고, 고객사가 저가형 제품 매출 확대 전략을 구사하면서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사업에 대해선, 메탈 가격 하락 영향과 하반기 전기차 판매량 불확실성이 높아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박남원 엘앤에프 상무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리튬 등 원재료 시세와 고객사의 물량 변동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리튬 반등세·출하량 회복…실적개선 기대↑
증권가는 엘앤에프가 올해 2분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엔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중순 이후 리튬 가격이 빠르게 반등해 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은 5월부터 꾸준히 올라 6월과 7월까지 kg당 300위안대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선 250위안대로 소폭 감소했으나 4월 저점 대비 60%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일각에선 3분기에도 원재료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기간 전방시장 성수기로 출하량이 늘어나 매출과 수익성을 받쳐낼 것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증권가는 엘앤에프 3분기 영업이익이 원달러 환율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할 수 있으나 전 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3분기 반등세를 타고 올해 4분기엔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엘앤에프가 올해 4분기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100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46.5%, 88.7% 오르는 수치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유럽의 가파른 물가상승과 경기위축 우려, 양극재 원재료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구매 수요가 이연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엘앤에프 고객사의 판매량이 예상을 상회하고 있어, 미국향 양극재 출하는 지속 성장이 예상되고 유럽의 이연 수요가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자적 생태계로 사업다각화·수익성 확보”
한편 엘앤에프가 최근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6년 실적목표를 내세웠다.
엘앤에프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양·음극재를 비롯한 전구체, 리튬 등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투자해 2026년 이후 매출액 24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비투자액은 약 5조원이며, 이에 필요한 자금은 금융차입과 장기·단기 등 자본조달을 통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엘앤에프는 독자적인 순환 생태계(Closed Loop) 구축을 위해 투자에 나선 상태다. 원재료 정제부터 양극재 생산까지 일련의 사이클을 수직계열화 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엘앤에프는 지난해 말 두산에너빌리티와 맺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폐양극재 내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엔 시노리튬과의 국내 합작법인(JV) 설립 추진을 발표,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제련 사업에도 진출했다.
전구체 분야에서도 LS그룹과 전북 새만금에 JV를 설립하고 2029년까지 연간 12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양극재 부문은 생산 능력을 지속 확대해 2026년까지 총 연산 40만톤으로 늘릴 복안이다.
아울러 미쓰비시 케미칼 그룹과 천연흑연 음극재 사업에도 진출해 JV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양사는 JV 양산 공장 설립을 위한 토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박남원 엘앤에프 상무는 “올 상반기 음극재, 탄산리튬의 수산화리튬 전환, 리튬과 폐양극재의 재활용 사업 등과 관련해 심도있는 검토를 거쳤고 올 하반기 내 모두 실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폐배터리 확보를 통한 재활용 등 신규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단위의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나 올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 계획은 없다”면서 “코스피 이전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곧 이전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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