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美와 ‘오픈스카이’ 합의…희토류 등 광물 협력도 강화
두 나라는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이며 최근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협력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몽골은 석탄, 철광석, 구리 등이 풍부하며 중국, 러시아와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다.
1일부터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등 주요 광물 자원의 수출 통제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과 국경을 맞댄 몽골의 광물 자원을 직접 공수할 길이 열린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 고질적 경제난에 시달리는 몽골 또한 중국, 러시아 대신 미국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 유학파 몽골 총리, 영어로 모두 발언
롭상남스라이 총리와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년에 양국 직항편을 개설하는 ‘오픈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휴가 중이어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자리했다. 미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 석사 학위를 딴 ‘미국통’ 롭상남스라이 총리는 이날 회담에 앞서 영어로 모두 발언을 했다.
오픈스카이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양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특히 양국 항공사의 신규 노선 개설이 간편해진다. 한정된 운수권을놓고 여러 항공사가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일본과 오픈스카이 협정을 맺었기에 도쿄, 오사카는 물론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의 소도시에도 한국 항공사가 정기 직항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세계 130여개 국과 이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특히 광물 협력을 대폭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날 회담 후 발표한 성명문에서는 “광물, 친환경 에너지, 식량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롭상남스라이 총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희토류, 구리를 포함한 핵심광물 채굴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직접 공개했다.
● 경제난에 中-러 대신 美와 손잡아
전통적인 친중, 친러 국가였던 몽골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몽골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가총생산(GDP)이 5033달러(약 654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경제 발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내륙국의 특성상 몽골은 제조업과 물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현재 공산품 수입의 각각 35%, 30%를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한다. 중국에서는 주로 화물차, 통신기기를, 러시아에선 석유제품, 비료, 전력 등을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 및 당국 규제 등으로 좀처럼 호조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중국의 ‘제로코로나’ 여파로 몽골은 당시 식료품과 연료 등의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에만 기대다간 민생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몽골을 미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과거 몽골에서 근무했던 재계 관계자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적용되는 나라가 바로 몽골”이라며 자원 부국이라 발전 가능성은 높지만 이를 현실화할 인프라가 지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도 친러파와 친중파의 대립이 심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으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물류 운송을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했던 몽골이 이번 협정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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