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쪼들리는 대기업, 비주력 계열사 줄줄이 매각
SK·롯데 등 유동성 확보 총력
계열사 매각 전년比 8% 증가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로 현금이 부족해진 국내 기업들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다. 대기업은 자산 값이 폭등하던 코로나19 시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했지만, 당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사들인 기업 실적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며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M&A 업계는 하반기 대기업 비주력 계열사·사업부 매물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매일경제 레이더엠 리그테이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카브아웃(carve-out) 거래(발표 기준·50억원 이상)는 4조8048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4390억원 대비 약 8% 증가했다. 카브아웃은 기업이 계열사 또는 사업부를 매각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국내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시장은 19조1957억원에서 18조7180억원으로 축소됐다.
대기업이 규모 있는 자회사를 내다 팔며 카브아웃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 3월 SK스퀘어가 스웨덴 발렌베리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에 SK쉴더스를 3조원에 넘긴 거래가 대표적이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를 기업공개(IPO)할 예정이었으나, 난항을 겪다가 해외 재무적투자자(FI)에게 전격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파키스탄 PTA 자회사 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2000억원에 정리했다. LG화학은 진단사업부를 국내 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1500억원에 매각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솔루스바이오텍을 영국 크로다오버시스홀딩스에 3500억원에 넘겼다.
금융회사의 카브아웃도 잇달았다. 다올투자증권은 연초 다올인베스트먼트(현 우리벤처파트너스·2125억원)와 다올신용정보(130억원)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하반기에 카브아웃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상반기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 가격에 대한 매매 양방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보다 수월해지면서 그동안 논의만 돼오던 계열사·사업부 매매 계약이 본격적으로 체결될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기간에 M&A에 적극적이었던 SK LG 롯데 한화 CJ 등이 카브아웃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이들 계열사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SKC는 반도체 소재·부품 자회사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 가격은 약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SKC는 반도체·2차전지·친환경 소재 사업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기 위해 근래 들어 M&A 시장 문을 자주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한앤컴퍼니에 필름 사업 부문을 매각했으며,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PE에 넘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스를 선정했다. 신세계그룹은 하반기 유통 업황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에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등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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