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아빠가 선생님 밤길 조심하래요" 학부모 갑질과 폭언에 멍든 유치원

소장섭 기자 2023. 8. 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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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설문 결과... 학부모를 통한 교육활동 침해(악성 민원) 68%로 가장 심각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애 아빠가 선생님 밤길 조심하래요."

"네가 우리 아이를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을 해? 네 머리를 망치로 깨 버리겠다. 너한테 자녀가 있으면 걔도 죽여버리겠다."

이는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에게 들은 협박성 발언이다. 유치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부터 8월 1일까지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해 유치원 현장의 교육활동 침해 실태와 세부사례 157건을 조사한 결과, 유치원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이초 교사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을 넘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까지 침해당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사들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를 통한 교육활동 침해(악성 민원)이 68%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학부모에게 교육활동 침해를 당하는 유치원교사들. ⓒ베이비뉴스

유치원 교사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시험은 합격했냐", "숫자 못 세냐", "아이를 안 낳아봐서 우리 애를 왕따시킨다", "나는 박사 출신인데 우리 애는 안 그렇다, 선생님이 이상한 것이다", "방학 때 출산하지 왜 이제(학기 중에) 애를 갖냐", "내가 중국에서 의사였고, 너 따위가 무시할 사람이 아니다", "귀머거리냐, 일부러 못 듣는 척 하는 것이냐", "애도 없으면서 뭘 안다고 교사하세요?", "저능아가 아니냐, 선생 자격이 없다", "밑구멍으로 애 낳아보기 전까지 몰라", "너 같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부모가 없을 것이다", "당신 노조활동 하냐, 결혼도 앞두고 있다면서" 등의 모욕성 발언과 폭언 혹은 협박성 발언을 경험했다.

매일 오후 4시에 전화를 걸어와 수업내용을 보고하라는 학부모도 있었고, 수업시간에 교실에 함께 있기를 요구해 학부모가 하루 1시간씩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에게 고열이 있어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자,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오라가라 하느냐"면서 약봉투를 교사 얼굴에 집어던진 학부모도 있었다. 기본생활습관 지도에 불응한 유아가 가정에서 불만을 토로하자, 유치원으로 찾아와 교사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유아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도 19%로 적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을 물려고 해서 제지를 하니, 교사 손을 깨무는 아이를 비롯해 교사의 목을 할퀴고 옷소매를 찢는 아이도 있었고, 문제 행동을 지도하는 교사의 가슴을 만지는 아이도 있었다. 

친구를 때리려는 유아를 제지하자 "ㅇ발"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이 뭔데요!"라는 발언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문제 행동을 지도하자 "OO년아", "선생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빼앗긴 유치원 교사의 존엄성, 다시 찾을 수 있습니까?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학부모로부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경험한 교사도 7%나 됐다. 

학교폭력을 방임했다며 허위사실을 기재한 글을 지역 맘카페와 인스타그램 등에 게재하고, 사과문을 유치원 전체에 공지하고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면 신고하고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케이스는 결국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를 했으나, 해당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관리자의 교권침해 사안 축소·은폐 및 2차 피해를 경험한 교사는 7%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를 보호해주기는커영 "(교육청으로) 민원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요구를 받거나, 교실 내 안전사고에 대해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비용 처리를 했으나, 학부모가 추가로 교통비 지원을 요구하자 "직접 사비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받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측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례가 많다"면서 "본인의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언론에 제보되면, 학부모가 다시 찾아와 자신을 괴롭힐 것 같아 제보할 수 없다며 구두로 어려움을 토로한 경우도 상당하다. 억울한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복이 두려워 차마 제보하지 못하고 참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측은 "유아교육법과 동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유치원 교사 또한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유치원도 교권보호위원회를 필수로 설치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교권보호 종합대책 마련 시, 모든 학교급에서 실효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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