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분간 시금치 반찬 없어”…한달새 2만3800원→5만5880원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internet.com) 2023. 8.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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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도매가 한달새 135% 폭등
적상추 120%↑, 청상추 106%↑
장마후 폭염에 잎채소 짓물러 품귀
정부 “유통가 가격 안정 협조를”
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부천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최근 급등한 식품 물가로 장 볼때마다 시름이 커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 비해 채소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애호박 한 개가 2000원이 넘어 불과 한 달 전보다 2배나 비싸다”며 “가격이 급등하다보니 다른 재료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중호우에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특히 뜨거운 날씨에 끝이 타거나 짓물러지기 쉬운 잎채소는 한 달 새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금치(상품)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00g에 2341원으로 1개월 전 936원보다 150% 폭등했다. 한 달 만에 앞 자릿수가 두번 바뀐 것으로, 전날보다도 가격이 8.4% 뛰었다. 적상추와 청상추 가격은 이날 각각 2421원, 2440원을 기록해 한 달 만에 120%, 106% 올랐다. 이어 열무(58%), 오이(40%), 토마토(15%), 파(14%) 등도 6월에 비해 가격이 급등했다.

산지 가격이 선반영되는 도매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금치(상품) 4㎏ 한 상자가 이날 전국 평균 5만5880원에 거래돼 전날(5만360원)보다 11%가 올랐다. 1개월 전 가격(2만3800원)보다 135%가 비싸졌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장마 이후 찾아온 폭염 때문이다. 장마 기간에는 습도가 높아 채소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폭염에 취약한 잎채소류의 경우 끝이 타거나 짓물러지는 부위가 많아져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출하작업이 부진할수록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해 채소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 채소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7.1% 상승했다. 여기에 휴가철 수요가 겹치면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농축산물 가격 현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유통가에 가격안정 대책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집중호우로 상추 등 일부 채소 가격이 강세지만, 공급 여건 개선으로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통업계는 지나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자체 할인행사를 추진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치솟는 외식 물가에 음식점과 주점업 소비는 1년 반여 만에 다시 위축되고 있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움직임으 풀이된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지난해 2분기보다 13.4% 하락했다. 이는 2021년 1분기 14.1% 감소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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