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美대선은 트럼프 ‘감옥행’ 국민투표?
패배할 경우 혐의 무거워 감옥행 피하기 어려울 듯
선거 전 유죄 땐 ‘옥중 레이스’…당선 뒤 ‘셀프 사면’
2024년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와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년 열릴 대선의 승리는 권력, 자존심, 명예 회복, 국가의 미래,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전직 백악관 대변인이자 오랫동안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한 아리 플라이셔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개인의 자유에 관한 것일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감옥에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감옥행’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수감될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패배할 경우 그의 여러 중대한 혐의를 고려할 때 감옥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직 대통령이 수차례 기소된 일은 미국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헌법은 35세 이상, 미국에서 14년 이상 거주한 시민권자라는 기본 요건 외에는 대통령 출마 자격을 따로 규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를 선고 받더라도 원칙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만약 선거 전 유죄 평결이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 도중 감옥에 수감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대선 후보자가 수감될 경우에 대한 명확한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에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트럼프 캠프는 계속해서 대선 캠페인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잇단 사법리스크에도 현재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굳건하다. 공화당 의원들은 당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피하거나 변함없는 지지를 보이고 있다. 극우 성향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감옥에 있더라도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본인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수는 있다. 미국은 각각의 주별로 투표 자격 규정 등이 다른데, 그가 유권자로 등록돼 있는 플로리다주는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투표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는 수감자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NYT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유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는 수감되더라도 대통령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 해석 등을 두고 법적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책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통령과 내각 또는 의회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의 ‘충신’인 최측근들을 내각에 임명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과거 NYT는 “탄핵보다 어려운 절차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자신을 ‘셀프 사면’하거나 감형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엔 대법원이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대해 합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까? NYT는 이에 대해서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법무장관이 트럼프의 혐의를 철회하고 사건을 종식시킬 수도 있다. 잇단 사법리스크에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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