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라면 ‘돈 방석’이라는 상온 초전도체…정부 지원 받았는데 업체가 특허 독점

송복규 기자 2023. 8.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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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2일 상온 초전도체 주장 LK-99 논문 발표
앞서 2021년 이미 특허 출원 마쳐
논문에는 정부 지원 표시했는데, 출원인은 퀀텀에너지연구소 단독
현행법상 주관 기관인 고려대 공동 출원이 원칙
특허에 정부 지원 기여했는지 여부가 관건
상온, 상압 초전도체 특허가 2021년 퀀텀에너지연구소 단독으로 출원됐다. 이 특허는 지난 달 22일 논문으로 발표된 LK-99의 물질 정보와 제조법을 포함하고 있다. 논문에서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밝힌 만큼 고려대와 공동 출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키프리스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의 진위를 둘러싸고 전 세계 물리학계가 검증에 나선 가운데,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무단으로 특허를 독점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만일 LK-99가 실제 상온 초전도체라면 천문학적 가치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3일 특허검색시스템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LK-99의 특허가 퀀텀에너지연구소 단독으로 출원됐다. LK-99 개발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만큼 연구사업의 주관 기관인 고려대와 공동 출원해야 하지만 업체가 이를 독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김지훈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소장, 권영완 고려대 교수는 ‘상온, 상압 초전도 세라믹화합물 및 그 제조방법’이라는 제목의 특허를 2021년 출원했다. 출원 이후 1년 6개월 이내에 공개한다는 규정에 의해 지난 3월 6일 특허가 공개됐다. 출원인은 퀀텀에너지연구소로, 출원인은 특허가 등록된 이후 특허권자가 되는 만큼 LK-99에 관한 모든 권리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갖는다.

그러나 특허 내용은 공동 연구진이 지난 달 22일 아카이브에 발표된 2건의 논문에서 소개한 LK-99의 제조법을 포함하는 만큼 특허 권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논문에서는 LK-99 연구에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진도 이번 연구가 정부의 지원 사업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 달 22일 국내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논문에는 한국연구재단(National Research Foundation)의 지원을 받은 연구라고 밝히고 있다./아카이브

현행법에서는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성과는 연구기관의 소유로 하도록 정해져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수행으로 얻어지는 지식재산권, 연구보고서의 판권 등 무형적 성과는 연구기관의 단독 소유로 해야 한다. 만약 여러 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한 경우에는 공동 소유가 원칙이다.

연구진은 2019년 한국연구재단의 ‘새로운 초전도 물질 개발을 위한 저자기장 영역 마이크로파 흡수에 관한 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연구책임자는 권영완 교수인 만큼 그의 소속인 고려대가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특허의 공동출원인이 돼야 한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해당 특허가 연구 과제의 성과로 나온 것이 맞다면 연구에 기여한 비율을 따져 고려대와 공동 출원이 맞다”며 “다만 특허의 내용이 연구 과제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허에서 설명하고 있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와 제조 방법은 논문에서 공개한 LK-99와 일치한다. LK-99는 납과 구리를 고온에서 구워 만들어지는데, 특허에서 주장하는 초전도체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권리를 광범위하게 지정하는 특허의 특성상 초전도체 소재와 온도 범위는 논문에서 소개한 방법보다 다양하다. 특허업계에서는 논문에서 이미 정부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임을 밝힌 만큼 특허의 일부도 정부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2021년 출원한 특허(위)와 지난 달 22일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의 화학식이 일치한다. 논문에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고 소개한 만큼 주관 기관인 고려대와 공동 출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키프리스, 아카이브

이후성 유니콘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권 교수가 고려대 직원인 만큼 직무발명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며 “고려대는 발명 기여도에 따라 지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는 해당 특허가 출원된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LK-99가 실제 상온 초전도체로 인정을 받는다면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는 특허인데 사실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해당 특허는 고려대 교수가 제출한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당사자에게 확인을 해야 하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LK-99의 특허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나온다. 추후 해당 특허가 국가 사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증명되면 해당 연구에 대해 연구진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변리사는 “특허 권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면 권 교수와 고려대가 기여한 바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두 편의 논문 저자도 다른 만큼 연구성과 입증과도 관련돼 중요한 다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는 “조만간 기자를 대상으로 모두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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