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공의료 문제, 행정의 정책·인식 개선 없는 탓"

이영주 기자 2023. 8.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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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사태' 광주제1·2시립요양병원 해법 모색 집담회
"비전 없는 민간 위탁, 경제적 논리 운영 등 문제" 분석
병원 노사 상호 입장 표명 자리도…평행선 수준 그쳐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중회의실에서 광주시립요양병원 갈등 해법 모색 집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3.08.0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광주제1·2시립요양병원 노사 갈등의 본질은 공공의료와 관련된 행정의 정책과 인식이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공병원에 민간병원과 같은 수준의 수익을 기대하거나 적자에 따른 경영진 책임을 강조하는 법률 조항의 존재, 행정의 비전 없는 민간 위탁에 따른 노사 갈등 등이 공공의료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는 3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중회의실에서 광주시립요양병원 갈등 해법 모색 집담회를 열었다.

이번 집담회는 민관협치 사회적경제·노동 분과위원회 의제로, 지난달 7일 열린 제2기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 제1차 회의를 통해 광주시에 정식으로 제안되면서 열리게 됐다.

특히 시립요양병원과 관련, 운영주체와 운영형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 속 원인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해결 방안 등에 대한 공론을 형성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집담회는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의 발제, 광주시립 제1·2요양병원 노사 입장,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 위원 의견 청취, 자유토론 등 순으로 진행됐다.

나 교수는 '시립요양병원의 의료공공성강화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국내 요양병원 운영 과정의 문제를 짚었다. 요양병상이 해를 거듭하며 과포화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 시립요양병원 등 공공의료 분야가 경제적 논리에 휩쓸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0년 52만9288개로 집계됐던 국내 전체 병상 수는 지난 2021년 19만3383개 늘어난 72만2671로 집계됐는데, 이중 요양병원 병상 수는 같은 기간 12만2966개에서 37만464개로 24만7498개가 늘면서 줄어든 다른 병상 수를 메웠다.

병상 수는 늘었지만 정작 의학적 필요도가 높은 중환자 돌봄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곳은 부족하다고도 했다. 전체 입원 건수 중 48% 가량만이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사실상 실제 의료 목적 입원보다 사회적 입원 비율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공공의료가 이같은 국내 요양병원 운영 경향을 뒤따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분석이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가 3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중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시립요양병원 갈등 해법 모색 집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8.03. leeyj2578@newsis.com

나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의료를 바라보는 행정의 정책·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시립요양병원과 같은 공공병원이 지역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의 선두에 나서는 동시에 지자체의 의료 공공성 정책을 집행하는 수단이자 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등의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현행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동일한 수준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모델을 버려야 하고 일정 기간 손실이 이어질 경우 경영진을 해임하는 등 경영상 책임을 무는 법률도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아가 공공병원 운영에 앞서 공공보건과 관련한 의료 정책 비전을 갖고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행정이) 공공병원의 사회적 기능 수행 여부를 지도·감독하고 충분히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며 "노사 모두 행정의 큰 틀에 따른 정책 방향에 합의하고 단계를 거쳐 과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집담회에서는 갈등을 빚고 있는 노사간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노사의 주장은 이번에도 평행선을 달렸다.

은광석 광주제1시립정신·요양병원 이사장은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보건학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공공병원의 해당 비율 전국 평균은 55%에 머무르지만 시립제1요양병원은 79.32%, 시립정신병원은 73.11%에 달한다"며 "건보공단 병원 급여 비용 인상률은 지난 2018년부터 22년까지 5년동안 8.44%(연평균 1.63%)지만, 시립요양병원 직원 인건비는 같은 기간 37.8%(연평균 6.82%) 올랐다. 공공의료가 유지되려면 인건비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박가영 보건의료노조 제1시립요양병원지부 비대위원장은 "제1시립요양병원은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수익성과 공공성 중에서는 당연히 공공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수익에 눈먼 제1시립요양병원은 비급여 분야 수가를 최대 3배까지 올려 환자와 보호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노조를 탄압하며 인건비를 삭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이날로 광주제1시립요양·정신병원 내 파업을 50일째, 제2시립요양병원 내 파업을 28일째 진행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중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시립요양병원 갈등 해법 모색 집담회에서 시립요양병원 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원이 발표를 귀담아듣고 있다. 2023.08.03.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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