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성장’ 카카오, 실적 부진·내부갈등 후유증...초심은 어디에
카카오가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 올 2분기 실적에도 반영됐다. ‘쪼개기 상장’ 논란과 주가 하락 속에 노조가 책임경영을 촉구하며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4분기째 하락한 올 2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올 하반기에도 반등을 이끌 호재가 보이지 않는 게 더 문제다. 카카오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을 10월 이후 공개하고 카카오톡에 접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익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나 전문가는 “카카오그룹 전체가 공유하는 전략적인 목표를 찾고, 창업 정신으로 돌아가 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카오는 3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563억원으로 44.4% 줄었다. 다만 매출은 2조425억원으로 같은 기간 12.1% 늘며 처음으로 분기별 첫 2조원을 넘어서 외형적으론 성장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매출이 2조709억원, 영업이익은 124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또 줄며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단 매출 2조원 돌파는 SM엔터테인먼트 편입 효과가 컸다. 콘텐츠 부문의 2분기 매출은 1조538억원으로, 18.2% 증가했다. 음악과 스토리 부문 매출은 각각 129.7%, 1.5% 늘어난 4807억원, 2310억원을 기록했다. 상승 폭이 큰 음악 부문은 SM엔터테인먼트의 연결 편입 효과가 반영된 결과여서 사실상 착시효과가 있다.
그 외 플랫폼 부문 매출은 6.2% 증가한 9887억원으로, 톡비즈(카카오톡 부문)는 11.0% 증가한 5030억원을 나타내며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포털비즈 매출은 12.6% 감소한 895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디어와 게임도 각각 37.7%, 20.3% 감소한 735억원, 2686억원에 그쳤다.
카카오는 “대내외 부정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지난 몇 년간 인건비와 인프라 비용,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비용이 증가했다”며 “AI(인공지능)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투자에 따른 영업비용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하반기 실적 개선 카드로 AI와 카톡 서비스 고도화를 내놨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10월 이후 퍼포먼스와 비용 효율성의 균형을 이룬 AI 모델을 공개하고, 버티컬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며 “또 AI 모델을 카톡에 접목해 사업에 시너지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적 개선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외부적으로는 ‘경영진 주식 먹튀’ 논란과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도 풀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주요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13곳 중 7곳이 적자인 만큼 인력 감축이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지난달 첫 집회를 열고 “카카오의 위기는 경영 실패에 따른 시스템의 실패”라며 “앞으로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개선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일시적 재무 위기가 아닌, 문어발식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경영 혼선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후퇴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만 맡고 있다.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2018년 65곳에서 작년 말 127곳으로 늘어, 4년 만에 계열사가 2배가량 증가했다. 계열사가 이익을 내지 못해도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외부 투자유치와 IPO(기업공개)를 통해 각자도생해 왔으나, 이런 성장 방식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심점 없이 계열사별 각개전투로 운영되는 성장 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선행해야 할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이어가며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단순히 구조조정을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위기를 돌파하려면 김범수 센터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그룹이 공유하는 전략적 목표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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