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되자"며 20대女 집앞 치킨·쪽지 남긴 50대男

지난달 31일 혼자 살고 있는 20대 여성 A 씨의 집 앞에 찾아가 닭꼬치와 메모를 남기고 간 스토커. 사진=A 씨 트위터 캡처

혼자 사는 20대 여성의 집을 찾아가 '좋은 친구가 되고 싶네요. 맥주 한 잔 합시다'라는 쪽지를 남긴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3일 SNS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10시쯤 누군가 비닐봉지를 20대 여성 A 씨의 집 문 앞에 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A 씨가 반응하지 않자 밤 11시쯤 재차 초인종이 눌렸다. 이에 A 씨가 "누구세요"라고 수차례 물었지만 초인종을 누른 B 씨는 대답하지 않고 문 앞을 서성거렸다.

이후 A 씨가 경비원을 통해 받은 내용물은 1인분의 음식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네요. 맥주 한 잔 합시다'라는 내용의 쪽지였다.

A 씨는 "우리집은 아파트 저층이며 이사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제 신상을 아는 분은 드물 것"이라며 "(범인은)저를 일정기간 관찰하고 제가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걸 확신했다고 본다. 외출을 거의 안해 마주친 사람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 후 경비실과 관리실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혼자 살고 있는 20대 여성 A 씨의 집 앞에 찾아가 치킨, 맥주와 메모를 남기고 간 스토커. 사진=A 씨 트위터 캡처

그럼에도 B 씨의 스토킹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다음날 B 씨는 A 씨의 집에 치킨을 배달시켰다.

A 씨가 치킨에 대해 묻자 배달을 온 치킨집 사장 C 씨는 당황하며 "이거(치킨) 계산이 된 건데"라며 치킨을 놓고 갔다. 배달된 봉투에는 치킨과 함께 '좋은 친구로 부담 갖지 마시고 맥주 한잔 하고 싶네요. 좋은 친구가 되고 싶네요^^'라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A 씨는 "들인 공이 있으니 포기 못 한다는 것 같은데 치킨이 역겹긴 처음"이라며 "범인이 치킨을 현장 결제했다는 사장님의 증언이 있어 경찰이 매장으로 확인하러 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확인하러 간)경찰관에게 '집으로 범인이 갈 수도 있으니 이상하면 곧바로 전화 달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불 밑에 식칼을 숨기고 손 얹어 놓고 잤다"며 "자다가 죽느니 전과자가 돼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이게 사람 사는 집이 맞나"라고 분노했다.

다행히 B 씨는 오래 지나지 않아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경찰에 따르면 범인이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랬던 거지 스토킹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며 나에게 처벌을 원하냐고 물어봐서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스토킹인데 3번 만에 붙잡아서 천만다행"이라며 "긴장 풀지 않고 살거니 별 일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토커 B 씨는 긴급응급조치 처분만 받은 후 귀가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추가 범죄를 막아야 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할 수 없도록 1개월간 긴급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위반할 경우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