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일 만에 무너진 1점대 ERA, 시즌 첫 고비 맞은 최고의 에이스
4월 1일 첫 등판 이후 쭉 지켜오던 평균자책점 1점대가 123일 만에 무너졌다. 2010년 한화 류현진(토론토) 이후 없었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NC 에릭 페디가 첫 고비를 맞았다.
페디는 2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해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시즌 처음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74였던 페디의 평균자책점이 단 한 경기 만에 2.10까지 올라갔다.
페디처럼 1점대의 벽에 도전하는 경우라면, 한 번 올라간 평균자책점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 등판에서 7이닝 1실점을 해도 평균자책점 2.05로 1점대 복귀가 안 된다. 6이닝 무실점을 해야 1.99다. 7이닝 무실점은 1.97이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까지 그런 투구를 해야 13년 만의 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그만큼 규정이닝 1점대 평균자책점의 벽이 높다. 1982년 KBO 원년 이래 딱 26차례만 나왔다. 그나마 2010년 류현진(1.82)을 제외하면 모두 2000년대 이전에 나온 기록이다.
최근 투고타저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따금 도전자가 나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SSG 김광현은 9월 5일까지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했다. 올 시즌 페디 보다 한 달 이상 오래 1점대를 지킨 셈이다. 김광현은 9월 6일 6이닝 4실점을 기록, 2.02까지 평균자책점이 올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1점대를 회복했고, 마지막 등판 전까지도 기록을 유지했다.
가능성 높아 보였던 김광현의 도전은 마지막 순간 어그러졌다.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던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6이닝 4실점을 했다. 평균자책점 2.13으로 시즌을 마쳤다. 개인 통산 150승이 걸린 경기였고, 기록을 위해 굳이 등판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기록보다 낭만을 택한 셈이지만,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페디의 2일 투구는 평소 같지 않았다. 빠른공 구속이 떨어졌고, 제구도 불안했다. 페디도 사람인 이상, 당연히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있다. 그러나 이날 같은 경기가 또 나온다면 1점대 평균자책점은 어려워진다. 그만큼 난도가 높고, 조건은 가혹하다. 지난해 김광현은 28차례 선발 등판 모두 5이닝 이상 던졌다. 1경기 4자책 이상은 딱 4차례였다. 그런데도 1점대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해도가 높아진 상대 타자들의 도전에도 맞서야 한다. 모든 구단이 이미 1차례 이상 페디를 상대했다. 투구 데이터도 충분히 쌓였다. 개인 통산 2번째 홈런을 페디 상대로 기록한 롯데 정보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타석부터 스위퍼를 노리고 있었다”고 했다.
페디 의존도가 절대적인 NC 역시 페디가 늘 한결같이 최고의 피칭을 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날까지 NC는 44승(1무 43패)을 거뒀다. 그중 3분의 1에 가까운 14승이 페디한테서 나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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