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말 과도한 퇴직연금 쏠림 막는다

유진아 2023. 8. 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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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유치 경쟁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우려
금융사 모아 "다양한 만기 상품 개발" 독려

금융당국이 연말 퇴직연금 쏠림이 재연되지 않도록 금융권을 모아 당부했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의 퇴직연금 상품 유치 과당경쟁 재연을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이후 다시 한번 자금이동(머니무브) 위험 차단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행보는 1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자금이 일시에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연말 시기 금융기관 간 출혈경쟁을 방지하는 한편, 특정 금융사가 단기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관련기사:퇴직연금 만기 나눠 '연말 금리베끼기' 막는다(7월26일)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3일 각 금융협회 및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담당 임원 15명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기업'으로서 금융회사의 신규 부담금 분납을 비롯해 기존 적립금 분산 계획과 관련 애로·건의 사항이 논의됐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 재원을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시키고,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금융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9년 말 22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35조9000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도 14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관리하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경우 올해 기업 신규 부담금은 38조3000억원으로 이중 25조 6000억원이 12월에 납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DB 운용적립금 190조8000억원(6월 말 기준) 중 71조4000억원(37.4%)도 12월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유치하려는 금융사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여건인 것이다.

퇴직연금은 퇴직연금사업자(사업자)가 기업의 적립금을 직접 다른 상품에 투자해 운용하거나 다른 금융회사(비사업자)에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통상 퇴직연금 상품은 만기가 1년으로 주로 연말에 사용자가 더 좋은 조건의 사업자를 선택하는 자금 이동이 발생한다.

특히 기업들은 퇴직연금을 연말에 일시납을 하는 경우가 많다. 1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연말에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이 겹치면서 퇴직연금 자금을 끌어오려는 금융사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경우 보통 12월에 금리가 가장 높아 그 시기에 머니무브가 급격하게 일어난다"며 "금리 인상기일수록 1년 단위로 사업자를 바꾸려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머니무브 현상으로 사용자가 사업자를 바꾸면 기존 사업자는 현금은 물론 주식, 채권 등도 현금화해 신규 사업자에게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A금융사가 더 높은 수익률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B기업이 A금융사를 새로운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택할 경우, 기존 금융사는 맡고 있던 적립금을 A금융사에 통째 넘겨야 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이에 따라 퇴직연금의 급격한 머니무브는 채권 시장의 경색도 가져올 수 있다. 단기간에 수십조 원대 채권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채권시장에서 자금난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원장은 "기업의 퇴직연금이 관행적으로 12월에 집중 납입되면서 매년 연말에 금융회사 간 과도한 적립금 유치 경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금리상승 요인이 되기도 했다"며 "연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감원이 먼저 올해 퇴직연금 부담금의 분산 납입을 실천하고 향후에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올해 DB형 퇴직연금 부담의 50%를 8월과 10월에 각각 25%씩 분납하고 연말에 나머지 50%를 납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들도 퇴직연금 부담금 분납 및 기존 적립금의 만기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26일 금융회사가 선제적으로 총부담금의 40% 이상을, 2차례 이상 분산·분납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기업의 상품선택권 확대, 적립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위해 금융회사가 올해 연말까지 다양한 만기의 상품을 개발 및 출시도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사의 상품 개발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 제도개선을 검토하는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융사 임원들은 "작년 연말의 경우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연금 머니무브 리스크가 있었으므로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는 적절하다"며 "금융사의 부담금 분납 시 연말뿐 아니라 월말 집중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분납은 시장안정화뿐 아니라 금융사의 다양한 상품 출시와 수요자의 상품선택권 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금융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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