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담아···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그리다
구기정·기슬기 등 미술가·시인 등 10명 참여
서울시향 콘서트·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도
서울시립미술관(SeMA)의 분관인 북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동북부 지역인 노원구 중계동(동일로)에 2013년 9월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개방형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다. 주변의 많은 아파트 단지, 근린공원 안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 등을 고려해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는 현대미술 전시,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왔다. 특히 어린이와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획전, 행사들의 호응이 크다.
북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 기획전으로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을 마련했다. 3일 개막한 기획전은 미술관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담아내는 전시다. 구기정·권혜원·기슬기·김상진·노은주·박경률·박성준·전병구와 고 박이소 작가, 시인 최재원 등 모두 10명의 작가가 관람객의 상상력, 감각을 자극하는 회화와 조각·영상·사운드·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혜원은 북서울미술관에서 10년간 일하고 있는 직원 6명의 이야기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미술관 속 그들만의 공간, 여기에 세 편의 SF소설을 기반으로 일종의 SF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미술관 건물 자체를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삼아 과거와 미래, 실재와 허구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미래를 상상하는 한 방법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슬기는 북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열린 전시 91개의 포스터와 이번 기획전 포스터를 설치작품화했다. 전시 정보 등이 적힌 지난 포스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효기간이 지나 그 유용성을 상실했다. 하지만 작가가 포스터 속 전시 정보 등 텍스트를 모두 지우자 포스터는 그 자체가 당당한 이미지로 존재하며 새 생명을 부여받는다. 드넓은 벽을 차지하고 기념비처럼 바닥에 우뚝 선 포스터 작품은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구기정의 작품들은 인간과 자연, 디지털 기술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자연을 담은 정적인 이미지와 움직이는 영상, 나무·이끼 같은 실재 자연물과 합성한 디지털 이미지로 구성된 작품은 상반된 관계 속에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최근 관심이 높은 테라리엄(실내장식용 원예)의 미래 모습, 미래에 자연을 누리는 한 방식도 떠올리게 한다.
박경률은 파와 고무줄·나무상자·구슬 등 갖가지 사물과 회화·조각을 전시장 바닥과 벽에 설치한 작품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전병구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사물들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작품들은 관람객 저마다 처한 상황이나 지난 경험·상상력에 따라 다양하게 읽히고 해석될 수 있다.
전시장 한쪽의 벽을 눈부시게 밝히는 작품은 개념미술가 박이소의 ‘당신의 밝은 미래’(2002)다. 20년 전 작가가 담아낸 미래는 지금 우리의 현재일까, 과거일까, 아니면 여전히 미래일까. 과거와 현재, 미래 등 시간을 둘러싼 여러 사유를 촉발하는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최재원 시인의 시 열 한 편으로 구성된 ‘목련 나무 아래에서’가 화면에 흐르고 있다. 전시장 2층 편안한 자리에 앉아 시를 감상하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10주년 기념전과 더불어 9월 중 여러 기념 행사들도 예정하고 있다.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축하콘서트(9월1일), 작가와의 대화(9·16일), 기념 심포지엄(23일), 뮤지컬 공연(24일) 등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백기영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은 “미술관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북서울미술관은 10주년을 맞아 앞으로 더 주목받는 다채로운 기획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9월23일 열릴 심포지엄의 주제도 ‘미술관 성찰-커뮤니티, 미술, 미술관’”이라며 “심포지엄을 통해 북서울미술관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향후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의 깊이와 폭을 한층 더 확장하는 방안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25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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